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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의 더본코리아 오너리스크 불거져
보호막 없는 점주들은 속수무책
“오너리스크 발생 시 즉시 가맹 해지 등 특약 필요”

이 나이에 사고 칠 게 뭐 있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2024년 10월 기업공개 설명회 현장에서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의 백종원 대표는 지난해 10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오너리스크를 우려하는 일부 시선에 대해 “이 나이에 사고 칠게 뭐 있나”라고 말했다. 오너리스크란 기업의 대주주가 독단적인 운영을 하거나 사건·사고를 일으켜 경영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뜻한다.

백 대표는 오너리스크와 관련한 우려에 대해 “미디어에 노출된 지 10년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백종원 대표에 대한 논란에 불이 붙었다. 가공식품 ‘빽햄’의 돼지고기 함량과 감귤 맥주의 감귤 함량에서 시작한 구설수는 원산지 위반 의혹으로 번졌다. 결국 백 대표는 원산지표시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가 지난해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기업설명회에 참석해 있다. /뉴스1

최근에는 식품위생법 위반 의혹까지 나왔다. 더본코리아가 2023년 11월 홍성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에서 농약 분무기로 사과주스를 살포했고, 공사장 자재용으로 보이는 도구를 바비큐 그릴로 사용한 게 당시 영상을 통해 드러났다.

프랜차이즈 본사 핵심 관계자의 잘못된 행동으로 무고한 가맹점주가 타격을 입는 현상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18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일부 더본코리아 가맹점주들은 백 대표가 일으킨 각종 논란 탓에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윤기 연돈볼카츠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원산지 표기 이슈가 있던 날을 기점으로 매출이 전날보다 30% 감소했다”며 “단순히 시장 탓을 하기에는 감소 폭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 브랜드는 지난해 이후 60개가 넘는 가맹점이 문을 닫으면서, 폐업률이 72%까지 뛰었다.

실형·성추행·폭행... 프랜차이즈 ‘오너리스크’ 흑역사
백 대표 이전에도 오너리스크가 프랜차이즈 점주에게 치명타를 입힌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경찰은 김용만 김가네 창업주를 여직원 성폭행 시도 혐의(준강간치상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회장은 현재 횡령 혐의도 받고 있다. 피해 여직원과 합의하는 과정에서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김가네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일부 점주는 가맹계약을 해지하거나, 다른 브랜드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래픽=정서희

교촌치킨은 2018년 창업주 권원강 회장 6촌 동생이자 교촌에프앤비 임원 권순철 상무가 음식점에서 직원을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기업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다. 권 회장마저 이 사건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잠시 물러났다.

교촌치킨 가맹점 평균 매출은 이후 꾸준히 줄었다. 2021년 3510만원이었던 교촌치킨 가맹점 면적당 매출은 2023년 3183만원으로 감소했다. 자연스레 평균 매출도 7억5372만원에서 6억9430만원으로 8% 감소했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2017년 최호식 전 회장이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자 가맹점 매출이 40% 급감했다. 인기그룹 빅뱅의 멤버였던 승리가 창업한 아오리라멘은 ‘버닝썬 스캔들’ 이후 파산했다.

본사는 버티고 점주는 무너진다... “소비자 76%가 외면”
프랜차이즈 본사는 오너리스크가 발생해도 자본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이전에 오너리스크를 겪은 주요 프랜차이즈 가운데 대부분은 여전히 해당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개인 점주들은 매일 매출 감소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 한국소비자원의 프랜차이즈 브랜드 신뢰도 조사 결과 ‘프랜차이즈 본사에 부정적 사건 발생 시 소비자 가운데 76%가 해당 브랜드 이용을 재고한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오너리스크로 피해를 본 가맹점주를 보호할 현실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거래법) 개정안에서 가맹본부나 임원이 위법·부정행위로 가맹점주에게 손해가 발생할 경우 배상 책임을 지우도록 했다. 예측할 수 없는 오너리스크에 따른 가맹점주의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가맹 본부는 가맹점주와 가맹 계약을 맺을 때
가맹 본부 임원의 위법행위 또는 브랜드 명성·신용을 훼손하는 행위로
가맹 사업자에 브랜드 이미지 실추, 매출액 급감 등 손해가 발생할 경우
본부가 배상 책임을 진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그러나 실제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다. 법에 따라 보상을 받으려면 오너리스크 사건과 가맹점주 매출 감소의 상관관계를 증명해야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시간과 법적 비용도 모두 가맹점주가 부담한다.

이수민 SM창업연구소 대표는 “현행 가맹거래법의 손해배상 조항은 추상적이라 법적 해석이 불분명하고, 피해 입증에 대한 책임도 가맹점주에게 있다”라며 “민사 소송으로 가면 입증 책임을 지는 쪽이 패소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피해 입증이 어려워 실효성이 없다”라고 말했다.

봉구스밥버거 가맹점주들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님, 을의 눈물 닦아준다는 취임사의 그 말 벌써 잊으신 겁니까?’, ‘현철호 현광식 대표! 불안해서 못 살겠다! 행동으로 실천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안소영 기자

전국에 매장 수가 1000개에 달했던 봉구스밥버거는 창업주 오세린 대표가 마약 복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마약밥버거’라는 오명을 얻었다. 가맹점주들은 오 대표와 본사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경제적 손해조차 명백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피해 입증 책임, 점주에게만 지우나”... 가맹거래법 도움 한계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점 매출액은 100조원을 넘어섰다. 전체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도 29만여개로 매년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커진 규모에 맞는 오너리스크 관리와 점주 보호 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은 연방무역위원회(FTC) 프랜차이즈 공시 문서(FDD)를 통해 본사 정보 투명성을 강제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자는 지난 10년간 본인과 전임자, 계열사에 관한 파산 내역과 현재 진행 중인 소송 내역, 이전에 진행한 소송 판결 날짜와 합의 조건 등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일본은 민법과 상법을 통해 오너리스크로부터 가맹점주를 보호한다.

이영석 법무법인 바른미래 변호사는 “프랜차이즈 표준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으로는 구체적인 손해 산정이 어렵다”며 “계약서에 ‘오너리스크 발생 이후 전년도 월평균 영업이익에 비해 줄어든 금액을 보상한다’는 문구처럼 구체적인 배상 범위를 계약서에 적시하거나, ‘오너리스크 발생 시 즉시 가맹 해지‘같은 특약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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