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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 서울대 개교, 경기·서울·용산고 최다 합격자 배출
박정희 정부, 사교육 과열에 중학입시 폐지, 고교 평준화 시행
인서울 11개대 서열 1970년대 공고화, 외환위기로 의치한 정점
미국식 지역할당제·의대대학원제 대안…학부모들 반발 과제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한국의 사교육 역사는 1세기 전 일본이 세운 서울대와 궤를 같이한다. 서울대는 도쿄대 등 9개 제국대학 중 6번째로 설립된 학교로, 1924년 경성제국대학이라는 교명으로 문을 열었다. 개교식에는 매국노 이완용 전 총리가 축사하고 후일 고려대 총장과 신민당 총재를 지낸 유진오가 초대 수석합격자로서 입학생을 대표해 답사를 읽었다.

서울대 입시 열기는 요즘 못지않았다. 첫 회 입시에는 4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대 합격생 수를 기준으로 한 고교 서열화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개교 후 1937년까지 14년간의 입학생의 출신 학교를 보면 경성중(현 서울고)이 총 430명, 연평균 30명이 넘는 합격생을 배출해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용산중(용산고)과 경성제일고보(경기고)가 그 뒤를 이었다.

서울대 졸업식 광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 6·25 동란 이듬해인 1951년 학제개편으로 중고 통합 5년제가 중 3, 고 3년제로 바뀌면서 입시 전쟁이 중학교로 옮겨붙었다. 부유층이 자녀를 일류 중학교에 넣으려고 교사를 '가정교사'로 채용해 사회 문제가 된 것도 이쯤이었다. 초등생 대상 고액 과외가 확산하자 박정희 정부는 1969년부터 중학교 추첨 진학제를 실시했으나, 사교육의 시간을 중학교로 늦추는 데 불과했다.

서울에선 남자는 경기·서울·경복·용산, 여자는 경기·이화·숙명, 지방은 경북·경남·대전·광주제일고가 서열의 정점을 이루며 명문대 코스의 관문이 됐다. 이에 박정희 정부는 1974년 서울과 부산을 시작으로 고교 입시제를 폐지하고 주거지 근거리, 추첨 방식으로 학교를 배정하는 평준화 정책을 시행했다. 이와 함께 도심에 있던 경기, 서울, 휘문, 숙명, 정신여고 등 남녀 명문고를 강남 신도시로 이전시켰다. '사교육 1번지' 강남 대치동이 탄생한 역사적 배경이다.

▶ 고교 입시 경쟁의 뒤에는 대학 서열이 있었다. 1946년 이화여대를 선두로 연희대와 고려대가 미 군정으로부터 차례로 정식 대학 인가를 받고 발 빠르게 교세를 확장해나갔다. 연희대는 1957년 세브란스의대와 통합해 연세대의 간판으로 재출범했고, 고려대는 1971년 경영난에 허덕이던 서울여자의대의 후신인 우석대를 인수했다.

이들 대학에 이어 성균관대, 중앙여대(중앙대), 한양공과대(한양대), 한국외국어대, 신흥대(경희대), 서강대, 서울산업대(서울시립대) 순으로 지금의 상위권 주요대가 차례로 출범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법학, 공학, 어문 등 특정 전공을 앞세운 특성화 전략이 도약의 원동력이 됐다.

'이젠 의치한이 대세'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건물에 붙어있는 의대 입시 홍보문. [email protected]


▲ 한 해 출생아 수가 작년 24만명으로 1970년 100만명의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사교육비는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이 29조원으로, 30조원에 육박해 국가 정책으로는 입시 경쟁을 바로잡을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초등생부터 이과는 '의치한/약수/서카포/연고', 문과는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라는 서열을 구구단처럼 외울 정도로 주요대의 위상은 갈수록 공고해지는 형국이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의학계열이 학벌의 최정점을 점했다고 하나 대학 간판만 놓고 보면 1960~70년대 주요대의 위상은 지금과 비교해 거의 달라진 게 없다.

▶ 일제의 신분사회 철폐에서 비롯된 '치맛바람'이 사교육을 낳고 저출산을 초래하면서 국민들이 인구소멸을 체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처럼 의대를 대학원 과정으로 선발하고 명문대생을 지역별 인구와 성별에 따라 균등하게 뽑으면 어떨까. 그러면 지방 사람들도 굳이 서울로 안 올라와도 돼 집값이 잡히고 지역에 활력이 붙을 것이다.

내신 강화로 인한 공교육 정상화로 사교육 시장이 꺼질 공산도 크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당장 강남 대치맘들이 들고일어날 게 뻔하다. 다른 학부모들도 세상 물정 모르고 '내 자식은 못 가도 인서울은 갈 것'이라고 '헛된 꿈'을 꾸니 한숨이 나온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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