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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도시화 속 반려동물 유기로 길고양이 급증해
감소 추세지만 길고양이 여전…60만~100만 마리 추정
끊이지 않는 길고양이 논쟁…중성화로 개체 조절


아직 여기는 겨울이야옹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대설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함박눈이 쏟아진 7일 오후 대관령 기슭인 강원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의 한 농가에서 고양이들이 눈을 맞고 있다. 2024.3.7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은 개와 고양이다.

반려견, 반려묘라고 할 정도로 개와 고양이는 이미 가족의 일원으로 우리 일상생활 속에 들어와 있다.

하지만 동네를 지나다 보면 길에서 사는 야생 고양이, 즉 길고양이를 한두마리씩 보게 된다.

반려묘 시대에 도심이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하며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길고양이가 왜 동네마다 있는 걸까.

'캣맘'으로 대표되는 애묘인들이 보호자로 나서 길고양이를 돌보기도 하지만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어 길고양이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일부 매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우리나라 길고양이가 100만마리에 이르러 이제는 국가가 나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데 과연 그 정도로 길고양이가 많은 걸까.

그리고 길고양이가 사회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중성화 작업 등을 통해 개체 유지 및 보호가 어느 정도 잘 이뤄지고 있는지 검증해봤다.

인간 역사와 함께한 고양이…반려동물 자리매김
고양이는 애완용으로 기르며 쥐를 잡는 실용적인 동물로 인간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한국민족문화대백화사전에 따르면 고양이는 기원은 약 5,000년 전 아프리카 리비아 지방의 야생 고양이가 고대 이집트인에 의해 순화·사육돼 세계 각지로 퍼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대체로 10세기 이전에 중국과 왕래하는 과정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측된다.

9세기 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가 한반도에 고양이를 들여왔다는 주장도 있다. 장보고의 해상무역을 통해 중국에서 전해 내려온 고양이가 신라와 일본으로 건너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다.

고양이에 대한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은 고려시대 김부식이 남긴 '아계부'라는 시다.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에 '검은 아기 고양이를 얻다'는 시를 실어 한반도 최초의 '고양이 집사'로 여겨지고 있다.

제주 마라도 길고양이
(마라도=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멸종위기에 처한 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위협한다는 지적을 받는 마라도 길고양이 구조 작업이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에서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관계자와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진행됐다. 사진은 마라도 민가 주변을 서성이는 길고양이 모습. 2023.3.1


조선시대에는 효종의 딸 숙명공주가 고양이를 돌보았다는 기록이 있다. 숙종 시대에는 '금손(金孫)'이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조선의 '퍼스트 캣'으로 불렸으며 왕과 함께 수라상을 겸상하고 용상에서 잠들기도 했다. 영조 시대에는 '묘마마'라 불리는 사람들이 고양이를 많이 키우며 비단을 입히고 진미를 먹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고양이 품종으로는 코리안 숏헤어, 러시안 블루, 페르시안, 샴 고양이, 터키쉬 앙고라, 아비시니안, 아메리칸 숏헤어, 노르웨이 숲 고양이 등이 있다. 각 품종은 독특한 외모와 성격을 가지고 있어 반려동물로서 매력이 크다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양이는 주술적인 동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우리 조상들은 주술을 이용한 저주의 수단으로 고양이를 이용한 사례가 있다. 고양이의 다리나 간을 땅에 묻고 저주하면 원한이 있는 사람의 다리나 간에 병이 생겨 죽게 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고양이는 자연 생태계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의 환경에서 살게 됐다.

20세기 중반 이후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 이동이 늘면서 고양이들이 도시 환경에 적응하게 됐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반려동물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고양이를 유기하거나 버리는 경우가 늘어나 길고양이가 늘게 됐다.

감소 추세지만 길고양이 여전…60만~100만 마리 추정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3조에 따르면 길고양이는 도심지나 주택가에 자연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로서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해 포획장소에 방사하는 등의 조치 대상이거나 조치가 된 고양이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길고양이 품종은 주로 코리안 숏헤어로 우리나라에서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다. 이 밖에 고등어 태비, 턱시도, 젖소 고양이 등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길고양이는 도시의 경우 사람이 살지 않는 폐건물이나 창고 등에서 안전하게 숨거나 놀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 캣맘들처럼 일정한 시간에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음식물 쓰레기를 통해 식량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까치와 고양이의 도심 결전'
(서울=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서울 수송동의 한 빌딩 주차장 나무 위에서 까치와 고양이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까치와 고양이간의 신경전은 30분 이상 이어졌고, 제공권(?)을 활용해 고양이를 농락하던 까치가 자리를 뜨자 고양이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 2007.4.12 / [email protected]


농촌에서도 길고양이는 흔히 발견된다. 농가 주변이나 논밭에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쥐와 같은 해충을 잡아 농작물을 보호하기도 하며 나무 그늘이나 풀밭 등 자연적인 환경에서 서식한다.

길고양이는 보통 군집 생활을 하며 서로의 영역을 지키는 경향이 있다. 낯선 고양이가 들어오면 쫓아내는 경향이 있다. 길고양이는 먹이나 보호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간에 대체로 친화적이며 도시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길고양이는 몇 마리가 있는 걸까.

길고양이는 특성상 끊임없이 이동하고 숨어 생활하기 때문에 전국적인 규모로 정확한 개체 수를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만 일부 지자체나 동물보호단체의 자체 조사 등 각종 통계 자료를 종합해보면 전국적으로 60만~100만 마리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분석해보면 2022년 기준 서울 등 7대 광역시의 길고양이 수는 68만~69만 마리로 추산된다. 세종시를 제외한 7대 특별·광역시의 길고양이 개체 수를 조사한 결과, 길고양이는 제곱킬로미터(㎢)당 2020년도 273마리에서 2022년도 233마리로 줄었으며 자묘(새끼 고양이)의 비율은 2020년도 29.7%에서 2022년도 19.6%로 감소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의 길고양이는 2013년 25만마리에서 지난해 11만6천마리로 53.6%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길고양이 민원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평균 5천∼9천 마리의 길고양이를 중성화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길고양이가 2015년 20만 마리 정도에서 2021년 10만 마리 정도로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경기도의 경우 2021년 연구에 따르면 길고양이가 최소 32만여 마리에서 최대 35만여 마리로 추정됐다.

정부와 각 지자체의 길고양이 중성화 추진으로 번식률이 감소함에 따라 개체 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아울러 길고양이의 경우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 질병에 취약하며 범백혈구 감소증 등 전염병에 노출돼있다. 또한 각종 교통사고나 추락 등에 의한 폐사가 적지 않고 한파나 폭염 등 극한의 날씨와 식량 부족으로 죽는 경우도 많아 길고양이는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끊이지 않는 길고양이 논쟁…중성화로 개체 조절
이처럼 도시에서 공생하는 길고양이로 인한 사회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길고양이보호협회를 비롯한 서울 곳곳의 동물 애호 단체들이 매년 동절기에 길고양이 겨울나기 채비에 나서 '겨울 집' 지원 등을 하고 있다.

겨울 집은 길고양이가 혹한을 견딜 수 있게 돕고 온기를 찾아 공동주택 지하 주차장에 출몰하는 것도 줄일 수 있다. 길고양이 감기약을 사들여 사료와 함께 나눠주기도 한다. 혹한을 맞은 길고양이들의 감기 예방을 위한 것이다.

벽 속 새끼고양이 아사직전 구출
(대구=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대구 수성구의 한 옷가게 벽 속에서 구조된 새끼고양이 '새희'(오른쪽)와 같은날 다른 장소에서 역시 벽을 뚫고 구조된 '달식이'. << 한국동물보호협회 제공 >> [email protected]


하지만 이들 단체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길고양이들이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캣맘들이 건물주나 아파트 주민들과 상의 없이 급식소를 설치해 마찰을 빚어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길고양이들이 쓰레기봉투를 뜯어놓고 곳곳에 똥·오줌을 남겨놓는가 하면 특유의 소리로 잠을 방해한다는 민원도 나오고 있다.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을 넘어 길고양이들이 궁극적으로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길고양이가 너무 많아 다람쥐와 참새 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본인의 집 이외 장소에 먹이를 주는 행위를 처벌해야 한다", "캣맘·캣대디가 사회를 파괴하고 있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있다. 반면 "길고양이도 보호의 대상이다", "버려진 길고양이에 대한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 등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길고양이가 주민들에게 주는 불편은 동물 학대로 번지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충남 천안에선 쇠막대기로 눈이 먼 고양이를 때리고 담뱃불로 머리를 지진 남성이 검거됐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고양이들이 집 근처 쓰레기봉투를 자꾸 뜯어 지저분해졌다"고 말했다.

영암경찰서는 지난해 5월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및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한 남성을 입건했다. 이 남성은 한 주택가에서 무허가로 소지하고 있던 사냥용 공기총으로 길고양이 2마리를 쏜 혐의를 받았다.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서울=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한국고양이수의사회와 자원봉사자들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잠원복지문화센터에서 열린 첫 번째 '길고양이 중성화의 날'에 길고양이에게 중성화 수술을 하고 있다. 2016.3.6


결국 길고양이가 도시에서 인간과 공존하기 위한 방법으로 중성화(TNR)가 채택되는 분위기다.

길고양이 중성화는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을 위한 가장 인도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으며, 선진국에서도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방식이다. TNR은 길고양이를 포획한 후 중성화해 다시 방사하는 걸 의미한다.

중성화 수술을 받은 고양이는 왼쪽 귀 끝 1cm 정도가 잘려 표시된다. 이 때문에 일반인들도 길고양이를 볼 때 중성화 여부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정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길고양이 35만8천여 마리에 대해 중성화를 실시했다. 2018년 5만2천여 마리, 2019년 6만5천여 마리, 2020년 7만3천여 마리, 2021년 8만3천여 마리, 2022년 10만여 마리, 2023년 12만여 마리였다.

서울시 등 12개 시도도 자체 예산을 투입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9만3천여 마리의 길고양이에 대해 중성화를 시행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도 길고양이 문제 해결을 위해 중성화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동물학대방지연합(ASPCA)은 중성화 전문센터 운영해 구조전문가가 포획해 오는 길고양이를 전담해 중성화를 시행하고 있다. 2019년 뉴욕시에서만 50만건의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했다.

영국은 1950년대부터 길고양이 중성화를 진행했으나 정부 주도의 확산보다 민간 중심의 사업 수행을 유도했다. 동물보호단체 주도로 지역 동물병원과 협력하고, 여러 민간 단체가 그룹을 형성해 통일된 고양이 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일본의 길고양이 관련 홍보포스터
[출처=농림축산식품부]


일본은 비영리 민간단체인 동물기금과 지자체 보조금을 통해 길고양이 중성화를 실시하고 있다. 동물기금은 사전에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위한 동물병원을 섭외한 후 지자체, 일반 법인·단체, 개인 등이 신청하면 중성화 바우처 제공한다. 지자체에서는 길고양이 중성화를 위한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지원금을 보조한다. 길고양이와 관련해 주민 간 갈등 완화를 위해 자원봉사자로 등록하고 길고양이 밥 주기, 포획·중성화 등 돌봄 활동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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