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피로 물들 것” 등 잇단 과격 발언
경찰 수사 나섰지만 행태 막기에는 역부족
전문가들 “협박·공중협박죄 등 적용 가능”
경찰 수사 나섰지만 행태 막기에는 역부족
전문가들 “협박·공중협박죄 등 적용 가능”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각하를 외치고 있다. 2025.3.17 권도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선고가 임박하면서 헌법재판소 등을 위협하는 극우 성향 유튜버들의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일부 유튜버는 연일 헌법재판관 살해 협박을 하는 등 폭력을 선동하고 나섰다. 이들 중에는 극단적인 폭력행위를 예고해 수사기관의 조사대상에 올랐지만 버젓이 헌재 인근에 나와 생방송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협박 등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극우 성향 유튜버 A씨는 17일 오전에도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을 배회하며 생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이날 헌재 입구 인근까지 진입하며 방송을 이어갔다.
A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복귀를 위해 적들과 목숨 걸고 싸우겠다’는 소개를 내걸고 극우 성향 방송을 해왔다. 그는 “(윤 대통령이 복귀하지 못하면) 몇몇 죽이겠다”며 “계획은 나 혼자 짜고, 나 혼자 움직인다. 오래전부터 계획했고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등의 극단적인 폭력 예고 글을 올려왔다. 경찰 신고가 접수되자 A씨는 문구를 수정하기도 했지만 같은 취지의 글을 계속 올렸다. 지난 15일에는 “누가 당일에 공격하나. (선고) 3일 뒤부터 움직인다”는 게시물을 올렸고, 같은 날 생방송에서는 헌법재판관에 대해 “광화문에 X를 걸겠다” 등 발언을 이어갔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각하를 외치고 있다. 2025.3.17 권도현 기자
A씨 외에도 극우 유튜버들의 ‘폭력 예고’는 반복되고 있다. 구독자 73만여명을 보유한 유튜버 B씨는 이날 오전 ‘재판관들, 목숨까지 걸까’라는 제목의 생방송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 감당이 안 되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잘못하면 (재판관이)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극우 논객이자 유튜버인 C씨는 지난달 23일 “탄핵 반대 시민은 치명적일 수 있는 무장력을 갖춰야 한다” “탄핵이 인용되면 한강이 피로 물드는 내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등 발언을 올렸다가 진보당에 고발당했다. ‘구국대구투쟁본부 상임대표’ D씨는 지난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헌법재판관이 목숨까지 걸지 않는다”며 “4:4 결과가 나오면 4명이 죽는다. 8:0으로 각하될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이들의 행태를 막기는 쉽지 않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A씨에 대한 신고를 다수 접수해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자 A씨는 경찰관이라고 밝힌 사람으로부터 ‘삭제하지 않을 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문자를 받은 휴대전화 화면 사진과 함께 “너희 마음대로 하라”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경찰청 정례 기자회견에서 서울서부지법, 헌재 폭동 모의 글 수사와 관련해 “총 177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해서 28건을 올린 2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서 펼쳐지는 방송과 글 내용을 모두 감시해 인지수사를 하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에게 형법상 협박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면기 경찰대 치안대학원 교수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헌법재판관’이라는 구체적 대상을 특정하고 있어 협박죄로 처벌이 가능할 거라 본다”고 말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 인용 결정을 하면 헌법재판관을 죽이겠다는 의도의 글로 보인다”며 “수사 과정에서 헌재 주변 현장을 둘러보고 재판관의 출퇴근 시간 등을 파악하는 등 계획을 세웠음이 확인된다면 살인예비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오는 18일부터 시행되는 ‘공중협박죄’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중협박죄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살인 예고 등을 처벌하는 조항으로,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오는 18일 공포·시행된다.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할 것을 내용으로 공연히 공중을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교수는 “이 조항에 따르면 헌재 구성원, 헌재 인근을 지나는 불특정 다수를 위협해도 처벌될 수 있다”며 “법 집행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특히 우려할 만한 장소에서 협박 의사 표현을 한 것 위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