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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제출 ‘한국핵정책학회’ 보고서 입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김용현 국방장관과 사열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핵무장론은 핵무장(에 따른) 비용을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하면서, 매우 불확실한 핵무장의 이익을 과대평가하고 있다.”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따르면 한국핵정책학회는 지난달 외통위에 제출한 정책연구용역 보고서 ‘한국 자체 핵무장에 따른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시 예상 경제제재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연구’에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을 이같이 진단했다.

한국이 NPT를 탈퇴해 핵무장에 나설 경우 경제 제재, 한·미 동맹 훼손에 따른 주한미군 철수 등 치러야 할 비용이 막대하다는 게 보고서 골자다. 핵무장론 확산이 미국 정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민감국가·SCL)에 포함한 이유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경제·외교·안보적 위험성을 경고하는 전문가 보고서가 국회에 이미 제출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국핵정책학회는 2012년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설립된 외교부 등록 사단법인 학술단체다. 핵 비확산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핵 정책 등을 연구한다.

각종 제재로 경제 붕괴

학회 연구진은 한국이 핵무장에 나설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주요 국가들의 각종 제재로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한국이 국제 수출통제 체제에서 배제돼 반도체, 인공지능(AI), 우주산업 등 첨단 산업에 필요한 기술·장비 확보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제약·화학·생명공학 산업의 수출도 제한될 수 있다.

금융·통상 분야에서도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한다고 봤다. 한국 주요 은행들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국제 결제망에서 배제돼 대금 거래가 막히고 자본이 외국으로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국제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반도체·전자·자동차 등 주력 산업도 타격을 입는다.

원자력 발전 중단과 원전 산업 붕괴도 경고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핵연료 공급이 끊기며 원전 운영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핵 비확산 정책을 담당하는 미 에너지부가 NPT 탈퇴를 이유로 협력을 중단하면 미국 기술 기반의 원자로 개발도 어려워진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한국은 개방경제이고 통상국가인 데다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아 제재에 취약하다”며 “북한·이란과 같이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할 우려도 제기된다”고 밝혔다.

“핵무장·우산 함께 못해..주한미군 철수할 것”

한·미 동맹 훼손은 불가피하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미국 ‘핵우산’ 제공에 대한 불신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내다봤다. 미국이 유럽연합, 일본 등과 공조해 한국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 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연구진은 “한국 핵무장은 오히려 안보를 훼손할 수 있고 안보 효과도 매우 불확실하다”며 “한국 핵무장의 가치가 핵우산과 주한미군 주둔 등 한·미 동맹의 가치보다 큰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자체 핵무장과 한·미 동맹 핵우산을 둘 다 가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핵무장은 일본과 대만 등 주변 국가의 ‘핵 도미노’ 현상, 중국과 북한의 핵무력 증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언급했다. 핵 군비경쟁은 미국이 유지해 온 동북아 안보 질서를 뒤흔드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핵무장을 “미국이 용인할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라고 연구진은 평가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과 라이언 도널드 한·미 연합사령부 공보실장이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합참에서 열린 2025년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 공동 브리핑에서 연습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는 다를까?

이번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제출됐다. 연구진은 트럼프 행정부 역시 미국의 핵 비확산 이익에 어긋나는 한국 핵무장을 허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미국 내) 한국 핵무장 용인 시사 발언의 주체는 모두 전직 관료들”이라며 “미 행정부가 핵 비확산 정책을 완화한다는 징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지난 11일 한국 핵무장과 관련해 “미국은 아직 이 사안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핵무장에 다소 여지를 두는 입장을 취하더라도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후속 행정부는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다시 엄격한 핵 비확산 정책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1월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정부, 핵무장 실상 적극 알려야”

연구진은 한국 정부가 핵무장론의 위험성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핵무장 찬성 여론은 60~70%로 높은 수준인데, 핵무장에 따른 경제·안보적 피해를 설명할수록 핵무장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정부는 핵 비확산 규범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가치를 더욱 알려야 한다”며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북한·이란 사례에서 보듯 불량국가가 돼 국제사회에서 고립된다는 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원자력 산업용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기술 확보를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추진하기 위해서도 국내 핵무장 여론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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