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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 구제역 확진… 334두 살처분
사흘 새 전남 영암, 무안 잇따라 확산
사료비 폭등, 소비 부진에 농가 한계
美업계 "월령 제한 해제" 요구에 긴장
안 하느니만 못한 게 몇 년째인데 구제역까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백신 맞히고 있는데 소 키우는 사람은 다 울고 싶을 겁니다.전국한우협회 강화군지부장 윤용성씨

국내에서 2년 만에 구제역(FMD)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한우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치솟은 국제 곡물 가격과 원·달러 환율에 따른 생산비 급등, 위축된 소비심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견디고 있던 터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미국 정부의 소고기 시장 전면 개방 압박까지 가시화하면서 국내 농가가 받는 타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축산농가에서 가축방역관이 전염병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소의 피를 뽑고 있다. 경상북도 제공


1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13일 전남 영암에서 구제역이 최초 발생한 후 16일 무안에서도 확진 농가가 나오면서 이날까지 총 5건이 확인돼 소 334마리가 살처분됐다. 정부는 백신접종이 미흡한 농장에선 추가 확진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전날부터 무안·영암 등 10개 시군은 심각 단계, 그외 지역은 주의 단계로 조정해 관리하고 있다.

구제역 발생은 2023년 청주·증평 등에서 11건이 보고된 후 2년 만이다. 과거 12개월 비발생, 24개월 예찰 등 조건을 충족해 5월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총회에서 '전국 단위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를 획득하려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육류 및 유제품 수출 재개를 장담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한우농가가 한계상황이란 점이다. 생산비에서 비중이 큰 사료비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전년보다 19.5% 뛴 후 매년 오르고 있다. 경기 김포에서 한우농가를 운영 중인 윤씨는 "소값은 그대로인데 사료값이 폭등하면서 자가배합해 쓰는 곳 외엔 대부분 적자"라며 "3, 4년 계속 손해만 보니 폐업하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전남 영암 가축경매시장에서 17일 구제역 확산 차단 방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소비 침체도 한우농가를 막다른 길로 내몰고 있다. 전남에서 한우 100여 두를 키우는 김모씨는 "코로나19 당시엔 재난안정지원금으로 소비 여력이 증가해 한우 소비도 덩달아 늘었다"며 "지금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니 공급이 수요를 초과, 가격도 떨어져 농가는 손실을 보면서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2021년까지만 해도 8만9,824곳에 달했던 한우농장은 지난해 말 7만8,474곳으로 12.64% 감소했다. 3년 만에 한우농가 1만1,000여 곳이 문을 닫은 것이다. 2023년 마리당 순수익(총수입-사육비)은 '마이너스 202만 원'에 이른다. 이쯤 되니 '소를 키울수록 손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최근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가 무역대표부(USTR)를 통해 30개월 이상 소도 수출할 수 있게 월령 제한을 풀라고 압박하면서 농가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서영석 한우협회 정책지도국장은 "소고기 수입량 절반이 미국산인데, 내년이면 관세도 0%가 된다"며 "물량 공세가 이뤄질 텐데, 한우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한숨지었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생산자단체의 입장일 뿐, 미국 정부의 공식 요청은 없었다며 선을 긋고 있다. 현재로선 구제역 발생이 한우 수출,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제역 발생 지역·농장을 제외하곤 수출이 가능하게 검역조건이 체결돼 있고, 살처분 마릿수가 전체 사육마릿수의 0.01% 수준이라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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