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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서울대 의대에서 열린 정부와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의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하은진(오른쪽) 당시 비대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지금과 같은 방식은 정부·의료계 양쪽을 다 파괴하고 사회 시스템을 무너뜨릴 뿐 해결책이 되지 않습니다." " 하은진 서울대 의대 교수(중환자의학과)는 1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의대) 2000명 증원을 반대할 때엔 의료 시스템을 걱정하는 명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개원면허제(수련 거친 의사에게만 개원 권한 부여)나 미용·성형 개방 등을 언급하며 기득권 붕괴에 대한 염려만 드러내고 있다. 이는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전공의·의대생을 꼬집었다.

전공의·의대생이 정부의 내년 의대 모집인원 '3058명 동결' 선언에도 꿈쩍않는 가운데,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후배·제자'를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 교수 4명(하은진·오주환·한세원·강희경) 명의로 낸 A4 용지 4장 분량 성명서를 통해서다. 의료계 내부서 이처럼 강도 높은 문제 제기가 나온 건 이례적이다.

성명서 제목은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다. 최근 "수업 복귀자는 동료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내놓은 건국대 의대생 등 수업·병원 복귀를 가로막는 이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대 의대 외경. 연합뉴스
성명에 이름 올린 4명은 최근까지 서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소속으로 의대 증원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이들은 "정부가 잘못한 것이 맞다"면서도, 의대생·전공의의 투쟁 방식엔 "정의롭지도 않고, 사회를 설득할 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1년 넘게 대안 제시 없이 '탕핑'(躺平·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음)과 반대만 이어가는 걸 직격했다.

이들 교수는 "(전공의·의대생이) 피해자라고 말하지만 사직과 휴학은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면서 "진짜 피해자는 1년 동안 외면당하고 치료받지 못 한 환자와 그 가족들 아닌가"라고 밝혔다. "사태가 지속하면서 (전공의·의대생에게) 실망하고, 절망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들이 진정 원하는 게 '정부 반대'인지, '의료 개선'인지도 되물었다.

필수의료 의사인 하 교수는 성명서 제일 앞에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할 말이 많았다는 의미다. 그는 "이런 생각을 하는 교수가 실제로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지금은 의료계가 지나치다는 쪽으로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이라며 "핵심 중증 진료과들은 정부 투자와 재정 투입 없이는 도저히 생존할 수 없다. 국민 지지를 얻지 못하면 (필수의료) 재원 투입에 대한 설득력도 잃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17일 대전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학생 없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의료계 분위기가 워낙 강경해 복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집단이 잘못된 원칙을 강요하고 있는데 잘못됐다는 비판을 전혀 못 하는 게 문제다.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등 범죄 행위를 한 이들에겐 영치금을 주고, 용기 있게 복귀한 이들은 비난받고 욕을 먹는다. (이를 용인하는) 사회가 잘못됐다. 이런 이들을 언제까지 봐줘야 하나." " -의대생 '복귀 데드라인'이 임박한 시점에 성명이 발표됐다.
" "의사가 아닌 의대생을 볼모로 잡는 이런 (투쟁) 방식은 분명히 잘못됐다. 배우고 싶은 사람은 배울 수 있게 해야 한다. 의대생이 안 돌아온다면 제적하고,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으면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로 진료하면 된다. (미복귀자들이) 반대를 계속할 거라면 사회가 이를 들어줄 이유가 없다." "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의 도 넘은 혐오 표현,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페이스북에 올리는 비난 글 등으로 대표되는 태도 문제도 짚었다. 이들은 "정말 내가 알던 제자, 후배들이 맞는가"라면서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도 오만하기 그지없다. 글을 읽다 보면 '내가 아플 때 내 가족이 이들에게 치료받게 될까 봐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난달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을 지키는 동료 의사·교수에 대한 공격, 진료지원(PA) 간호사에 대한 비하 등도 '동료애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투쟁 방식에 동조할 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지 선택해야 한다"면서 자기 반성과 합리적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박단 위원장은 이들 교수를 싸잡아 비판하며 "교육자로서 본분을 다하지 않은 교수의 자백이다. 논리도 없고 모순 투성이"라는 글을 또다시 올렸다.

한편에선 의대생·전공의를 옹호하는 교수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성명서를 낸 서울대 교수들과 달리 전국 40개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의대생 복귀를 호소하는 의대 학장·총장을 향해 "압박과 회유로는 교육 정상화가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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