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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지도부 투톱인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대대표가 강성 지지층의 표적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250304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권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가 최근 당원들로부터 전화와 문자 폭탄을 쉼없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장외집회에 안 나오고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는다고 지지층의 불만이 거세다. 당원들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선 ‘프락치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다른 지도부 의원은 “최근 권 원내대표 입술을 봤느냐. 스트레스로 다 부르텄다”고 귀띔했다.

이른바 ‘쌍권(권영세ㆍ권성동)’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지도부는 최근 “첫째도 둘째도 안정”을 내세우며 강성 지지층과 거리를 두고 있다. 13일에는 권 위원장, 17일에는 권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헌법재판소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이들은 당내 강경투쟁 요구에도 지도부 소속 의원들에게 ‘집회에 가급적 나가지 말라’는 지침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나경원 의원 등이 주도해 헌재에 제출한 기각ㆍ각하 촉구 탄원서에는 지도부 상당수가 이름을 뺐다. 한 지도부 의원은 “지역에서 ‘탄원서에 이름 안 올린 26인’ 명단이 돌더라. 배신자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당 지도부가 강경 노선에 거리를 두는 건 “책임있는 집권여당으로서 탄핵 심판 전후의 국정 안정과 혼란 수습에 대비해 나가겠다”(11일 권 원내대표)는 취지다. 대신 지도부는 최근 개헌특위를 구성해 개헌 추진을 본격화했고, 상속세 개편과 연금개혁 등에서 야당과 접점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강성 지지층에선 오히려 “지도부가 왜 탄핵을 주도한 야당과 자꾸 합의를 하느냐”는 불만이 거세다고 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야당이 요구한 대로 연금개혁을 모수개혁부터 하겠다고 했더니 비공개 회의에서 의원들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가 ‘그래도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며 의원들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김기현, 윤재옥,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2025.3.13/뉴스1
반면 야당은 개별 의원의 탄핵 반대 시위 참가를 “각자 소신”이라며 제지하지 않는 점을 두고 “불복을 선동하면서 승복을 선언한다. 양심이 있느냐”(16일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라고 비판한다. 윤상현 의원 등 친윤계는 지난 11일부터 헌재 앞에서 기각 또는 각하를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주말에 열리는 ‘반탄’ 집회에도 꾸준히 참석해 “헌재가 이재명 민주당의 국정 마비 공범”(15일 나경원 의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에선 당 지도부가 윤 대통령 구속취소 직후 관저에서 윤 대통령과 차담을 한 걸 놓고도 “(윤 대통령이) 여당을 뒤로 움직여 헌재를 흔들려는 것”(한민수 대변인)이라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가 당 안팎의 비판을 감수하는 배경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중진 인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때 우왕좌왕하다가 당이 쪼개졌고, 남은 세력은 태극기 집회에 휘둘렸다”며 “지도부가 선을 잘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부 관계자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당이 깨지지 않는 것”이라며 “찬탄파, 반탄파와 두루 가까운 ‘쌍권’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 연수에서 “당이 똘똘 뭉쳐서 우리가 반드시 뭐든지 승리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전략을 세우고 노력하고 있으니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의아스러운 부분이 있더라도 지도부를 믿고 잘 따라와 달라”고 당부했다.

일각에선 지도부의 이같은 줄타기를 “일종의 ‘채널링(주파수를 맞추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지도부 관계자는 “계엄과 탄핵을 거치면서 윤 대통령의 에너지가 엄청나게 커졌다. 지금 이 광장의 열기를 ‘채널링’해서 혹시 모를 조기 대선까지 가져가야 하는 게 지도부의 과제”라고 말했다. 선거에서 당 고정 지지층의 기반이 중요한 만큼 이들이 이탈하지 않게 달래면서도 중도확장성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설명이다. 한 중진 의원은 “지금은 지지층의 분노한 마음을 잘 달래야 한다. 집토끼부터 잘 다독여야 산토끼도 잡는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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