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해 10월 24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가 입주한 건물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뉴시스
12·3 계엄 이후 혐중론 분위기를 타고 보수 지지자들 사이에 난데없이 고려아연 주식 ‘애국 매수’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일명 ‘고려아연 1인 1주식 갖기 운동’이다. 지난해 9월부터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MBK는 중국 자본을 등에 업은 사모펀드” “이들이 경영권을 쥐면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 것”이라는 검증 안 된 의혹이 퍼지면서다.

1월 23일 임시주총을 거친 고려아연은 오는 28일 정기주총을 앞두고 있어 경영권을 누가 쥘지가 초미의 관심사인 상황이다. 이에 지난주부터 고려아연 주식 온라인 커뮤니티엔 “중국기업 MBK에 한국 기업을 넘길 수 없다”며 고려아연 주식 매수 인증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지난달 20일 한 보수 유튜브 채널의 부정선거 음모론 관련 영상에도 “고려아연이 위험하니 1주씩만 사 달라”는 댓글이 달리자 매수 동참 답글이 100개 이상 달렸다.

지난 12일, 13일, 18일 한 고려아연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달린 '애국매수' 독려 및 인증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7일 MBK·영풍 측 주총 의결권에 유리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나자 위기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유튜브를 보고 80만원 넘게 들여 1주를 샀다는 김모(55)씨는 “금 모으기 운동처럼 국민이 나라를 지켜야 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토스증권에서 주요 거래소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집계한 투자자별 매매 동향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식 개인투자자 누적 순매수량은 지난해 12월 5일부터 완만한 상승세를 보여 석 달 후인 지난 5일엔 10만2495주(발행주식의 약 0.5%)를 기록했다.
지난달 20일 유튜브 채널 '천조국 파랭이'의 부정선거론 관련 영상에 달린 고려아연 주식 매수 독려 댓글과 이에 호응하는 답글들. 유튜브 캡처.

하지만 ‘고려아연 애국 매수’ 운동을 놓고 허위 정보에 근거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사업이라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국가의 엄격한 허가 아래에서만 해외 매각이 가능하다. 또한 중국 자본이 일부 출자자에 포함돼있다 해도, 국내외서 투자를 유치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중국계 사모펀드’라 단정 짓기도 어렵다. 아울러 지난해 9월 MBK 측은 “중국계 자본 비중은 5% 안팎”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모펀드는 출자자와 운용사가 분리된 구조”라며 “설사 중국계 자본이 포함됐더라도 의사결정은 운용사인 MBK가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혐중 허위 정보가 금융계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가가 갈수록 가짜뉴스의 늪에 빠지고 있다”며 “중국 매각은 근거 없는 이야긴 데다 개인투자자가 1인 1주씩 산다고 지분 싸움에 도움 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도 “확실치 않은 정보를 듣고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투자자들이 합리적이지 못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398 "토허제 풀렸다고 호가 5억 폭등"…서울시도 당황한 강남 집값 [집슐랭] 랭크뉴스 2025.03.18
45397 美, 원자로 정보 한국 유출 시도 적발…민감국가 지정 연관 있나 랭크뉴스 2025.03.18
45396 유리창에 붙이고, 가방에 넣고… 소형 기지국 ‘스몰셀’이 뜬다 랭크뉴스 2025.03.18
45395 "엇, 이게 아닌데"…쏘카, 공개매수 발표 2거래일만에 급락[이런국장 저런주식] 랭크뉴스 2025.03.18
45394 백악관 “4월 2일 상호 관세 발표 시까지 일부 불확실성 있을 것” 랭크뉴스 2025.03.18
45393 취업자 수 2029년부터 감소…저출생 악몽 ‘눈앞에’ 랭크뉴스 2025.03.18
45392 美직원, 핵원자로 설계 韓 유출하려다 적발…'민감국가' 원인됐나(종합) 랭크뉴스 2025.03.18
45391 ‘무장’ ‘내전’ ‘살해 협박’…선 넘는 헌재 앞 극우 유튜버, 처벌할 수 있을까 랭크뉴스 2025.03.18
45390 철통 보안 속 평의 거듭‥이번 주 후반 선고 유력 랭크뉴스 2025.03.18
45389 [Why] 중기·소상공인 정치 세력화…김기문 회장이 주장한 경제단체 정치 참여 왜? 랭크뉴스 2025.03.18
45388 가상자산 호황에 거래소 1, 2위 두나무·빗썸은 강남 빌딩 매입 ‘땅 따먹기’ 랭크뉴스 2025.03.18
45387 매장 2만원, 배민 2만3000원…치킨마저 '이중 가격' 대상 되다니 랭크뉴스 2025.03.18
45386 韓 애플 소비자는 봉?… 작년에 나온 ‘아이패드 프로’ 가격 10만원 인상 랭크뉴스 2025.03.18
45385 [단독] 한국 핵무장 불이익 ‘치명적’···“한·미 동맹 가치가 더 크다” 랭크뉴스 2025.03.18
45384 찬바람에 꽃샘추위 계속‥전국 곳곳 대설특보 랭크뉴스 2025.03.18
45383 미 “원자로 소프트웨어 한국 유출시도 적발”…민감국가 지정과 연관 가능성 랭크뉴스 2025.03.18
45382 美 M7 가고 中 ‘팹4’ 온다…빅테크 주도권 경쟁 ‘치열’ 랭크뉴스 2025.03.18
45381 1000원 수세미로 4조 팔았다…다이소 비밀은 ‘큰손 아줌마’ 랭크뉴스 2025.03.18
45380 [단독]‘선관위 장악 구상’ 노상원 “4~5일 치 옷가지 준비하라” 지시 랭크뉴스 2025.03.18
45379 사상 최고 금값에 골드뱅킹 1조원 눈앞…골드바 품귀 지속 랭크뉴스 2025.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