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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무장관, 인터뷰서 향후 수순 공식화
EU 겨냥 공정 기준 강조… 한국도 영향권
빅테크 규제 등 비관세 장벽 공격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6일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왼쪽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 세계 무역 상대국들과 새로운 양자 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한다. 다음 달 초부터 국가별로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맞춤형 ‘상호 관세’가 협상 토대로 활용된다. 한국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도 예외가 되지 못할 공산이 크다.

4월 2일은 대미 협상 개시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와 동일한 관세를 상대국에 부과할 것”이라며 “그런 뒤 공정성과 상호성에 입각한 저 새로운 기준선(baseline)을 출발점으로 양측에 모두 합당한 새 무역협정의 도출을 위한 전 세계 국가들과의 양자 협상에 착수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세계적”이라며 “캐나다나 멕시코, EU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모든 국가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이는 4월 2일 상호 관세 부과 일정 이후 수순을 공식화한 발언이다. 상호 관세 부과는 대상국과 새 무역협정 체결을 목표로 한 ‘양자 협상의 예비 단계’가 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州) 사저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 내에서 기자들에게 상호 관세를 4월 2일 부과한다는 예고를 재확인하고, 당일 자동차 관세도 함께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에서 루비오 장관이 부각한 명분은 공정성이다. 그는 미국이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30~40년간 세계 무역에서 우리는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불공정하게 대하는 것을 허용해 왔다. 냉전기 동맹인 그들이 부유하고 번영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콕 집은 곳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틈만 나면 비난해 온 유럽연합(EU)이었다. 루비오 장관은 “EU의 경제 규모는 우리와 거의 비슷하다. 저임금 경제도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와의 교역에서 흑자를 기록할까”라고 반문했다.

이날 루비오 장관 인터뷰에서 한국이 언급되지는 않았다. 한국은 이미 미국과 FTA를 맺고 있는 나라다. 그러나 트럼프 관세 영향권은 모든 국가를 포괄한다. 오히려 동맹의 자국 이용을 무역 불균형 요인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꼽고 있는 만큼 주요 대미 교역 흑자국 중 하나인 한국이 재협상 압박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할 입장은 아니다. 한미 FTA 개정이 아니라 대체 협정 체결을 각오해야 할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민감국’ 빼 줄 테니 요구 들어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4일 캐나다 퀘벡주 라말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의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16일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4월 2일 상호 관세 부과 이후 정책 구상을 소개했다. 라말베=AFP 연합뉴스


양국 간 상품 교역이 명목상 대부분 무관세인 만큼 비(非)관세 장벽이 우선 공격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우선 순위 대상 후보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다. 소수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의 시장 전횡을 막는다는 게 한국 정부·국회의 목표이지만, 미국 재계는 해당 규제가 중국 기업은 건드리지 않고 미국 기업에만 부담을 줄 것이라며 반발해 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용납할 수 없다”며 노골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도살 때 30개월 미만인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을 허용하는 현행 제한 조치도 예상 표적 중 하나다. 14일 한미 통상 수장 간 회동 자리에서 미국 측이 시정할 게 많다고 지목한 분야가 농업 부문 미국산 제품에 대한 한국의 위생·검역(SPS)이었다고 한다.

관세도 마음을 놓기는 어렵다. “한국 관세가 미국의 4배”라는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의회 연설 발언이 한국산 제품 대상 관세 인상 요구를 위한 사전 포석일 수도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4일 주미 특파원 간담회에서 “결국 트럼프가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에 의미 있는 제안이나 대책을 갖고 오면 보고할 수 있다는 게 그리어 대표 얘기였다”고 전했다.

미국 에너지부가 연초 한국을 ‘민감 국가’ 리스트에 포함했다는 사실을 정부가 약 두 달간 파악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최근 불거진 것도 협상에는 악재다. 미국이 한국을 빼 주는 조건으로 상당한 대가를 요구하고 한국 정부가 비난 여론을 무마하려 이를 전격 수용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트럼프 2기 관세 정책. 그래픽=김태훈 기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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