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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유방암 환자의 팔에 발생한 림프 부종을 완화하는 마사지 치료 장면. 전문가들은 “림프 마사지 치료를 민간 기관에서 잘못 받는 경우가 많다”며 “전문 교육을 수료한 병원 물리 치료사한테서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서울대 암병원 제공

온몸 순환 림프액 정체 땐 부종 생겨
서울대병원·순천향대 교수들 연구
항암 치료군이 위험 1.95배 높아
“운동·체중 관리로 예방하는 게 중요”

최근 유방암으로 유방 전절제 수술을 받은 A씨(45)는 수술 중 겨드랑이 림프절 청소술도 함께 받았다. 겨드랑이 림프절에 암 전이 소견이 발견돼 재발 방지를 위해 탁센 계열 항암제를 포함한 항암 치료를 6개월간 받았다. 항암 치료가 끝나고 한 달 후쯤부터 아래팔이 무겁고 아침마다 손가락 사이가 붓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주말에 등산을 다녀온 후 다음 날 위팔까지 퉁퉁 붓자 급기야 병원을 찾았다.

암 치료도 힘든데…

A씨가 경험한 것은 ‘림프 부종’이다. 암 환자가 수술이나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은 후 겪을 수 있다. 유방암은 손과 팔에, 난소암·자궁경부암·방광암·전립선암 등은 다리에 부종이 생길 수 있다. 원인은 암 치료로 인한 림프절 손상이다. 이로 인해 온몸을 순환하는 림프액이 정체돼 부종이 유발된다.

유방암 치료 후 나타나는 상지 부종인 경우 초기에는 팔이 무겁고 뻑뻑한 느낌이 드는 가벼운 불편감으로 시작된다. 시간이 지나면 손목이 잘 구부러지지 않거나 반지가 점점 끼는 느낌이 들며 팔이 붓고 많이 사용하면 증상이 심해진다. 진행되면 저림이나 통증이 나타나고 피부가 점차 딱딱하고 두꺼워질 수도 있다. 림프 부종은 초기에 적절히 관리하면 진행을 막을 수 있으나 방치해 부종이 지속하면 ‘봉와직염’ 같은 피부의 감염 위험이 커지고 오십견이나 팔 기능 장애가 초래될 수 있다. 심한 경우 드물지만 ‘림프 육종’ 같은 악성 종양의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여성암 1위인 유방암 치료 후 우려되는 림프 부종의 고위험군이 제시돼 환자들의 적절한 대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자호·정성훈 교수와 순천향대병원 천성민 교수 연구팀은 2006~2017년 유방암 첫 진단 환자의 림프 부종 발생 위험을 5년간 추적 관찰하고 치료법에 따른 위험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두 곳(BMC Cancer, Supportive Care in Cancer)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가암통계에 등록된 11만4000여명 데이터를 기반으로 치료 방법에 따라 수술 단독군(대조군), 수술+항암군, 수술+방사선군, 수술+항암+방사선군, 항암 단독군, 항암+방사선군으로 구분했다.

추적 결과 전체 환자 10명 중 4명꼴(38.4%)로 림프 부종이 발생했다. 림프 부종 발생 위험은 항암 단독군이 대조군에 비해 1.58배로 가장 높았고 수술+항암군(1.54배), 수술+항암+방사선군(1.51배), 항암+방사선군(1.13배) 순이었다. 수술+방사선군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자호 교수는 “항암 단독군에서 림프 부종 발생이 가장 높은 것은 항암제의 독성 영향뿐 아니라 해당 치료군 환자들이 주로 진행성(4기)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진행·재발성 유방암의 경우 암이 림프절을 직접 침범하는 ‘악성 림프 부종’ 또한 발생한다. 즉 진행된 병기로 인해 림프계 침범이 광범위하게 이뤄진 점이 주요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항암제는 전신적으로 작용해 림프계를 손상하고 림프액 정체를 유발한다. 반면 방사선 치료는 즉각적인 손상을 주지는 않지만 시간이 장기적으로 림프 흐름을 차단하고 부종을 일으킨다.

항암군이 림프 부종에 가장 취약

항암 치료군은 비항암군보다 림프 부종 위험이 1.95배 높았다. 특히 ‘탁센 계열’ 항암제 사용자의 부종 위험이 3.38배로 가장 높았고 항대사제 및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사용자도 각각 1.79배, 1.49배 높았다. 수술 방법에 따라서도 림프 부종 위험이 차이 났다. 유방 전절제 수술군이 부분 절제군보다 1.28배, 림프절 절제군이 림프절 보존군보다 부종 위험이 1.22배 높았다.

최근 유방 외과계에선 이런 이유로 림프절 보존을 최대한 고려해 수술한다. 유방암 전이가 제일 처음 이뤄지는 겨드랑이 ‘감시 림프절’에 검사를 시행해 전이가 없으면 림프절 절제를 시행하지 않는다. 또 소수의 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 절제하지 않아도 생존율에 차이 없다는 연구가 잇따라 나오면서 림프절 절제 시행 범위를 줄이는 추세다.

아울러 심근경색이나 심부전, 당뇨병, 고혈압 등 동반 질환이 없는 50세 미만 유방암 환자와 이런 동반 질환을 앓는 50세 이상 환자에서 수술과 항암 치료로 인한 림프 부종 위험이 증가하는 거로 나타났다. 젊은 환자일수록 림프계 순환이 빨라 순환이 막힐 때 부종 또한 심하게 온다. 여기에 기저질환이 없는 젊은 암 환자일 경우 일상으로 돌아가 수술한 쪽 팔을 활발히 사용하다가 부종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기저질환이 있는 50세 이상은 전반적인 신체 능력과 림프계 기능이 저하돼 있어 동반 질환이 수술, 항암 치료 이후 림프 부종 위험을 더 높일 수 있다.


이 교수는 “유방암 치료 시 림프 부종 위험을 고려하지만 암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더 우선이고 림프 부종이 반드시 생기는 것은 아니므로 최우선 고려 사항은 아니다. 탁센이나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암제도 림프 부종 위험이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의 과학적 합의에 따라 임상적으로 많이 쓰이는 만큼 치료법 선택에 제약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림프 부종 고위험군이 확인된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정기적인 팔 둘레 측정, 체중 관리, 적극적인 운동을 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고위험군 대상의 스크리닝과 부종 관리 교육을 꼼꼼히 해서 제때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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