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에 '투항'한 지도부 비판…슈머 상원 원내대표 출판 행사도 연기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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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야당 민주당의 무력감과 내홍이 임시예산안 처리를 계기로 더 확산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상원 의원들이 공화당과의 임시예산안 싸움에서 패배하고 전열을 재정비하는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의 전략에 대한 당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상원은 지난 14일 공화당이 단독으로 마련해 하원에서 먼저 통과시킨 임시예산안을 가결 처리했다.
상원 의석 구조상 민주당이 임시예산안 처리를 막을 수 있었지만,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9명의 민주당 의원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해 의사 일정 진전을 막는 행위)를 끝내는 절차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져 예산안 처리를 가능하게 했다.
민주당의 반대로 예산안이 15일 0시까지 처리되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의 업무를 일시 중단하는 '셧다운'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민주당 상원 지도부는 셧다운 사태에 이를 경우 이에 따른 정치적 실이 득보다 크다는 계산하에 이같은 선택을 했다.
당시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셧다운이 발생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 조직의 대대적인 축소를 더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상원 지도부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이용할 수 있던 유일한 지렛대를 너무 쉽게 포기했다는 비판이 당내에서 잇따랐다.
슈머 원내대표의 결정은 예산안 처리에 반대했던 하원 민주당 의원들과도 엇박자를 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슈머 원내대표를 신뢰하냐는 질문에 "우리는 정부를 셧다운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정부 예산안 대결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답해 둘 간에 이견을 시사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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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민주당 의원은 지도부가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순순히 협조하면 앞으로도 공화당이 예산안을 처리할 때 민주당과 협상하지 않고 단독 예산안을 강행 처리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크리스 머피 상원 의원(코네티컷)은 지난 14일 예산안 표결 뒤 민주당이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면서 "(향후) 공화당이 왜 우리와 협력하겠느냐"고 물었다.
민주당 내 급진파로 분류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뉴욕)도 기자들에게 "깊은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진보적인 당원들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당 전체가 그렇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 대응 전략을 두고 분열상을 드러낸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 민주당 내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항하기 위해 얼마나 큰 정치적 위험부담을 감수할 것인가에 대한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연일 무력한 모습을 드러내고 지지층의 실망감이 커지면서 지도부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있다.
CNN이 전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는 29%에 그쳤다.
이 조사에서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은 민주당의 핵심 가치를 가장 잘 반영하는 정치 지도자로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을 꼽았다.
응답자의 10%가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을 선택한 반면에 당의 원로인 슈머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각각 2%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슈머 원내대표는 "보안상의 우려"를 이유로 이번 주 예정된 출판 행사를 연기했다고 의회 매체 더힐 등이 보도했다.
더힐 등 미국 언론은 슈머 원내대표가 예산안 처리 때문에 당내 엄청난 반발에 직면한 가운데 행사가 연기된 데 주목하고서 일부 진보 활동가가 행사장에서 항의 시위를 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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