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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은행권에 대출 관리 주문
은행 “두토끼 잡으라는건지” 난감
토허제 재지정 시사… 일관성 떨어져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 중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국민평형 84㎡ 아파트 가격이 3년3개월 만에 모두 평균 20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17일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모습. 최현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쏘아 올린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후폭풍에 정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자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 메시지를 냈던 금융 당국은 ‘운용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정부와 서울시도 토허제 해제 불과 한 달 만에 재지정 검토를 시사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17일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 움직임 등을 고려할 때 3월 이후 가계대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융권 스스로 시장 상황에 관한 판단을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처장은 “각각의 상황별로 ‘운용의 묘’를 살린 금융회사 스스로의 자율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또 필요한 상황”이라고 당부했다.

금융 당국의 이 같은 주문은 한 달 전과 궤를 전혀 달리한다. 당시엔 “금리 인하를 대출금리에 반영할 때가 됐다”며 금융권에 대출금리 인하를 주문했다. 권 처장이 ‘운용의 묘’를 언급하며 금융회사 스스로의 자율관리를 강조한 것도 앞선 주문과의 상충에서 오는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토허제 해제와 관련해서 서울시와 금융 당국이 따로 교감이 없었던 걸로 안다. 금융 당국도 일관성이 없는 걸 알지만 갑작스러운 변수에 시장에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달라진 지침에 은행권 한 관계자는 “여러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라는 주문”이라며 “사실 어떻게 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회의 때 나온 ‘철저한 대출 심사’도 분기별, 월별 대출 관리에 따라 현재 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강남 3구를 중심으로 갭 투자도 문제가 되는 거 같은데 지난해 말 시행했던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중단 정도는 다시 할 수 있겠다”고 했다.

실제 이날 NH농협은행은 오는 21일부터 서울지역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일 전 지역에서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을 재개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 3구 갭 투자 의심 주택 구매 건수는 134건으로 지난해 12월(61건)과 비교해 2.19배 증가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와 서울시는 지난 13일 열린 ‘제13차 부동산 시장 및 공급 상황 점검 TF 회의’에서 토허제 재지정을 시사했다. 토허제 해제 불과 한 달 만으로, 정부의 일관성 없는 모습에 시장은 더욱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국토부 등은 ‘비정상적이고 과도한 가격 상승 시’라고 재지정 조건을 걸었는데, 명확한 기준은 사실상 없다는 평가다.

‘오세훈 책임론’도 대두하고 있다. 서울시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지정·해제 권한은 전적으로 오 시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오 시장의 토허제 해제 시사 발언도 국토부와 사전 협의 없이 나왔다. 오 시장은 이날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할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올랐느냐는 판단의 여지가 있다. 거래량 변화와 가격 상승 정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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