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구제역이 발생한 무안군의 한 한우 농장 근처에 설치된 출입통제 안내판. 황희규 기자
17일 오전 전남 무안군 일로읍의 한 한우 농장. 마을 주민은 보이지 않고 하얀 방역복을 입은 방역 당국 관계자들만 바쁘게 움직였다. 이들은 살처분을 마친 농장 내부를 청소하고 소독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88마리의 소를 사육 중인 이 농장에서는 지난 15일 구제역이 발생했다. 전남 영암군 한 한우 농장에서 구제역 확진 사례가 나온 지 이틀 만이다. 마을 곳곳에는 “구제역이 발생했으니, 주민들은 축산 농가나 관련 시설의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 농장 인근 농로에서는 소독약을 뿌리는 방역 차량이 눈에 띄었다.
농장주 주모(56)씨는 “방역수칙 지키면서 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이 발생해 주변 농가에 미안하다”며 “날마다 쓰다듬으면서 키운 송아지들이 아른거린다”고 말했다.
인근 한우 농장들도 구제역 확산 가능성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한우 10여 마리를 키우는 농장주 김명진(62)씨는 “백신을 맞아도 (구제역이) 발생한다는 소식에 너무 불안하다”며 “일요일마다 열리는 우시장도 열리지 않아 갚아야 할 사료값도 미룬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전남 영암군의 한 한우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사흘간 5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은 현재까지 총 5곳(영암 4곳·무안 1곳)으로, 모두 334마리가 살처분됐다. 1년 10개월 만에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방역 당국은 비상이다. 정부는 추가 발생을 막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구제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전남 지역의 우제류 사육 농장과 축산시설·차량에 대해 전날 오전 10시부터 이날 밤 10시까지 일시이동중지(standstill) 명령을 내렸다. 농장과 진입로에 대한 대대적인 소독도 진행한다. 오는 22일까지 전남 지역의 전체 우제류, 전국의 소·염소에 대한 일제 접종을 시행할 계획이다. 2000년부터 2023년까지 13개 시도에서 구제역이 435건이 발생했지만, 전남에서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한우 수출에는 일부 차질이 불가피하다. 전남에선 영암과 인접한 나주 농협 축산물공판장에서 도축한 물량이 홍콩으로 수출되고 있었지만, 현재 도축이 중단된 상태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지역화 협정’에 따라 구제역이 발생한 전남 지역을 빼고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한우는 수출할 수 있다. 그러나 구제역이 더 번질 경우 수출 제한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