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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이제 아예 가족과 똑같은 전화번호로 돈을 뜯어내는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 등장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를 받았다가 사칭에 넘어가는 식이었는데, 발신번호 조작까지 범죄가 진화한 겁니다.

정한솔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19일, 65살 방 모 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전화 화면엔 분명 '아들' 번호에 발신자도 아들로 돼 있었는데 뭔가 평소 아들과는 달랐습니다.

[방 모 씨(지난달 19일)]
"<아빠 나 지금 큰일 났어요.> 왜? <내가 얼마 전에 친구 대신 사채 보증을 서줬는데> 네가 왜 보증을 서 줘? 이 자식아"

아내도 이틀 뒤 같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박 모 씨(지난달 21일)]
"<엄마 지금 어디야?> 오이도."

돈이 필요한 듯 다급한 목소리, 회사에 출근한 아들과 직접 통화한 뒤에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박 모 씨(지난달 21일)-실제 아들]
"'엄마 어디야?' 하면서 울먹울먹하면서 그러니까 '여기 오이도' 그랬더니 딱 끊어버려. <내 번호로?>네 번호로 똑같이 아빠랑 똑같이."

그 후로도 아들번호로 수상한 전화가 올 때마다 꼬치꼬치 캐묻고 나서야 끊겼습니다.

[방 모 씨(아버지) · 박 모 씨(어머니)]
"이게 모르는 전화로 왔으면 내가 의심을 안 갖는데 어디 뭐 깡패한테 잡혀서 돈을 줘야 풀어주려나 이런 생각도 들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이런 '지인 사칭형' 보이스피싱은 통상 해킹 등을 통해 전화번호부를 입수한 뒤 발신번호를 조작해 지인인 척 전화하는 수법을 씁니다.

조작된 국제전화, 인터넷 전화번호라도 스마트폰에선 뒷자리만 맞으면 등록된 이름이 뜨는 걸 악용한 겁니다.

이를 막기 위해 재작년 국제전화는 안내음성에 식별번호도 뜨는 대책이 도입됐습니다.

그런데 방씨 가족에게 걸려온 전화에는 안내도 표시도 전혀 뜨지 않았습니다.

경찰과 118,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연락했지만 제대로 된 답을 들을 수 없었고, 통신사에서도 "현재로선 대응 방법이 없다"고 했다고 합니다.

가족들은 결국 서로 전화를 할 때마다 가족들만 알 수 있는 '암호'를 쓰고 있습니다.

[박 모 씨(어머니)]
"옛날에 강아지를 키웠거든요. '강아지 이름이 뭐냐' 이제 이런 식으로 식구들만 알 수 있는 거를‥"

경찰은 국제전화 식별번호 없이 완전히 똑같은 번호를 사용한 '보이스피싱'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무언가 악성코드에 휴대전화가 감염돼 저장된 번호가 노출됐을 수 있다고 보고 방 씨 가족의 통화 내역을 분석하면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인터넷 링크나 문자메시지는 누르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습니다.

MBC뉴스 정한솔입니다.

영상편집 : 권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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