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인 5일 이마에 ‘검은 십자가’를 그린 채 폭스뉴스에 출연하고 있다. 폭스뉴스 화면 캡처
마크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어제 4월 2일 모든 무역 상대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한 이후 개별국과 양자 협상을 통해 ‘새 무역 협정’을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보편적 상호 관세로 융단 폭격을 한 뒤 양자 협상을 통해 정밀 타격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30여 년간 유지돼 온 자유무역 질서를 깨고 미국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재편하는 것이 목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악영향이 불가피하게 됐다.
루비오 장관은 새 양자 협정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공정성의 기준선을 재설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별국가와의 양자 협상 시점은 “상호 관세 부과 이후”로 못 박았다. 이는 ‘새 현상 설정’이라는 전략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지금의 무역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루비오 장관은 불공정 무역 상대국으로 유럽연합(EU)을 콕 짚었다. 알루미늄·철강·반도체·자동차 등 미국 첨단 제조업 보호 및 경쟁력 강화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미국에 9번째로 큰 무역 적자를 안기고 있는 한국도 주요 타깃일 수밖에 없다. 지금 구상대로라면 현재의 한·미 FTA도 대폭 개정되거나 새 무역 협정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 관세율이 미국의 4배”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 인식이다. 미국은 12일부터 모든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그간 한국산 철강 대미 수출 무관세 쿼터 적용 예외를 폐지하는 등 리스크가 가시화하고 있다.
대미 수출 품목 1, 2위인 자동차·반도체 관련 관세 부과는 가뜩이나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다. 미국이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은 더 큰 충격파가 예상된다.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금지' 등 민감한 농축산물 안전 기준, 수입차 환경 기준, 의약품 관련 정책까지 미국이 무차별적 공세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제품을 ‘중국산 우회수출’로 보고 관세 폭탄을 부과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정부는 물론 초당적인 대응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