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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스케일 대폭 확장
여행 중 만나는 이들과의 관계·치유 담아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미디어캐슬 제공


“배가…, 고프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앞에서도, 조난 당한 직후 한국의 외딴섬에서도 ‘고독한 미식가’ 이노가시라 고로(마츠시게 유타카 분)의 배꼽시계는 어김없이 울려 퍼진다.

만화 원작의 TV 드라마로 2012년 첫 선을 보인 뒤 무려 11개 시즌을 소화할 정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고로가 영화로 관객들을 찾았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라는 제목의 영화는 식당과 요리에 집중했던 드라마의 스케일을 대폭 확장시켰다. 주인공이 국경을 넘나들며 이동할 때에는 비행기와 선박, 심지어 패들보트까지 동원된다.

의뢰인이 요구하는 물품은 어떻게든 구해주려는 무역상 고로. 그는 옛 연인의 딸에게 연락을 받고 프랑스로 떠난다. 기내식을 두 번이나 놓쳐 잔뜩 배가 고파진 고로는 파리에서 비프 부르기뇽과 양파 스프를 먹고 기운을 차린다. 여기까지는 드라마의 기존 포맷을 충실히 따르는 내용이다. 그 다음부터 스토리가 펼쳐진다. 파리에서 만난 옛 연인 딸의 할아버지는 어린 시절 먹었던 국물을 죽기 전에 꼭 한번 다시 먹고 싶다고 부탁을 한다. ‘잇짱지루’라는 이름이 붙은 국물의 정체를 찾아 일본을 돌아다니다 해변에서 폭풍우를 만난 주인공은 ‘남풍도’라는 가상의 한국 섬을 거쳐 거제도 구조라항에 닿는다.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는 정형화된 모노드라마에 가깝다. 고객과의 외부 미팅이나 현지 출장이 잦은 고로는 일을 끝낸 뒤, 시장기를 느끼고 “배가 고프다”를 외친다. 낯설지만 요리에 일가견이 있어 보이는 식당에 들어간다. 옆 테이블 손님들의 대화와 먹는 모양새를 훔쳐 보며 요리를 기다린 뒤 마침내 맛보는 음식과 이에 대한 품평이 이어지는 패턴이다.

하지만 영화는 드라마의 문법을 뒤집는다. 무엇보다 드라마의 오프닝 때마다 등장하는 성우의 내레이션이 빠졌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신경을 쓰지 않고 음식을 먹는다는 고고한 행위. 이 행위야말로 현대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이라는 이 유명한 독백은 고독이 미식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을 알리는 장치로 사용됐다. 그런데 영화는 내레이션을 생략함으로써 미식의 중요한 조건이었던 ‘고독’을 지웠다.

대신 영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통분모인 ‘식(食)’을 찾아다니는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첫 대면한 노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세계를 누비는 고로, 한국의 남풍도에 살고있는 상처받았지만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고픈 여성들, 이방인의 한끼 식사를 곁에서 지켜보며 기다려주는 한국 출입국관리소 직원 등 음식을 인연으로 고독을 치유하는 사람들이 여럿 등장한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미디어캐슬 제공


감독이자 주연배우 마츠시게는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속의 인간관계 속에서 보면 왠지 모르게 점점 수긍을 하게 되는 그런 영화를 만드는 것을 영화 제작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며 “맛있었던 기억을 여러분과 공유를 하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마츠시게는 <고독한 미식가> 작품을 촬영할 때 실제로 자신이 배고픈 상태에서 촬영에 임한다고 한다. 실제로 매우 시장한 상태에서 음식을 접했을 때 순간적으로 느끼는 맛있음, 여기에는 거짓이 있을 수 없고 이런 감정 상태나 정서를 공유하는 것이 영화의 주제라는 것이다.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는 ‘화룡점정’의 힌트도 여기에 있다. 영화를 보기로 했다면 잔뜩 배고픈 상태에서 두 시간 가까이 되는 이 영화를 관람해 보는 게 어떨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영화관을 나서면서 떠오르는 음식을 찾아서 먹거나 극장 앞 ‘맛집’처럼 보이는 식당을 다짜고짜 들어가보길 권한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내에 즐비하게 늘어선 식당을 외면하고, 맛있는 냄새로 코를 괴롭히는 간식거리들을 물리치는 것은 고역이지만 2시간 뒤의 ‘행복한 미식’을 위해서라면 잠시 참아볼 만한 가치는 있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미디어캐슬 제공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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