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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미 접촉 후 입장 밝혀
답답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에서 세번째)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과 관련한 우리 측 대응책을 점검했다. 기획재정부 제공


외교부 “정책상 문제 아냐”

공동연구 등 기술협력엔

“미, 큰 영향 없다고 확인”


산업부 장관, 이번주 방미

최종 포함 저지 위해 협상

발효 시점 내달 15일 ‘촉박’


정부는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민감국가·SCL)’에 포함한 것은 산하 연구소의 보안 관련 문제 때문이라고 17일 밝혔다. 그간 민감국가 분류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 독자 핵무장론 등이 실제 배경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정부는 보안 문제 사례가 무엇인지 미국 측으로부터 통보받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민감국가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이를 저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민감국가 문제를 한국에 대한 전략적 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미국 측을 접촉한 결과,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 최하위 단계에 포함시킨 것은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외교정책상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서 한국과 관련한 보안 절차 문제가 발생해 민감국가로 지정했다는 뜻이다. 외교부는 다만 보안 문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한국에 ‘거래 카드’ 활용 가능성…“해제 쉽지 않을 듯”


앞서 미 에너지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지난 1월 한국을 민감국가의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국가’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민감국가 지정은 다음달 15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한국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사전 통보받지 못했고 이달 초쯤 비공식 경로를 통해 해당 정보를 파악했다. 두 달 가까이 민감국가 지정 사실을 파악도 못 한 것이다. 이후 이날 오전까지도 미국으로부터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해 원인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왔다.

우선 국내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비등하는 상황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국을 대상으로 한 확장억제를 강화했는데도 핵무장론이 사그라들지 않자 경고 메시지를 줬다는 관측이다. 이와 맞물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등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함께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민감국가 지정 이유가 이런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니라고 미국이 확인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외교부는 “미국 측은 리스트에 등재가 되더라도 한·미 간 공동연구 등 기술협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의 관계기관과 접촉해 민감국가에 최종 포함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이번주 내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 협의할 것을 지시했다. 외교부는 “정부는 한·미 간 과학기술 및 에너지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미 정부 관계자들과 적극 협의 중”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 노력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또 “과거에도 한국이 미국 에너지부 민감국가 리스트에 포함됐다가 미국 측과 협의를 통해 제외된 선례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효력 발생까지 시간이 촉박한 만큼 민감국가 지정이 철회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또 트럼프 행정부도 민감국가 분류를 쉽게 중단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 정부가 이번 사안을 중대하게 보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일종의 카드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미중정책연구소장)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에 민감한 주제가 됐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거래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노력은 하겠지만 (민감국가 분류 철회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부가 과거 1980~1990년대에도 한국을 민감국가에 포함했다가 해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 회계감사원(GAO) 보고서를 보면, 1986년 1월~1987년 9월과 1993~1994년 핵무기 관련 연구소 방문객 통계에 한국이 미 에너지부의 민감국가로 올라와 있다. 1996년에 발간된 보고서 통계의 각주에는 “1994년 7월28일부로 다음 국가는 더 이상 민감국가로 간주되지 않는다”며 한국 등을 열거했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1981년에 처음 민감국가로 지정됐다가 1994년쯤 해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감국가 지정은 1970년대 박정희 정부가 독자 핵무장을 추진한 시기와 겹친다. 민감국가 해제는 1991년 남한에서 미군의 전술핵이 철수되고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발표한 시기와 맞물린다. 이 공동선언에는 남북이 핵무기의 시험·사용 등을 하지 않고, 핵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이 1994년 한국을 민감국가에서 해제한 건 1993년 12월 개최된 제1차 한·미 과학기술공동위원회에서 한국이 제시한 요구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당시 한국 측은 “한국을 포함한 50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해 에너지부 및 산하 연구소를 방문하거나 연구활동을 할 때 일련의 검사 절차를 거치도록 해 양국 간 인적교류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 에너지부 내부 규정을 시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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