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대만 키룽항에서 육·해·공 합동훈련에 앞서 대만 의장대가 대만 청천백일기를 들고 서 있다. /AFP연합뉴스
대만이 중국이 대만 인근 공역에서 군사훈련을 하다가 갑자기 침공하는 시나리오에 대비한 군사훈련을 처음 실시했다.
중앙통신사 등 대만 매체에 따르면 대만 육·해·공군은 17일부터 닷새 간 ‘소한광’(小漢光)이라는 이름의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훈련은 중국군의 ‘회색지대 전술’에 대한 대응, 전쟁 대비 시뮬레이션 훈련, 핵심 기간시설 방호 등으로 구성됐다.
이번 훈련에는 중국군이 대만 주변 해역·공역에서 ‘군사 훈련’을 실시하다가 전쟁으로 갑자기 전환했을 경우에 대비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소식통은 “러시아와 동맹국 벨라루스가 2022년 2월 벨라루스 내에서 훈련을 벌이던 도중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뤄진 전술을 중국이 사용할 것에 대비해 이번 훈련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해 5월 라이칭더 총통 취임 이후 대만 주변 공역에서 군사훈련을 늘려 왔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달 서아프리카 토고에 등록된 중국 화물선이 대만 해저 케이블을 훼손한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SNS)에 대만 유명 연예인이 대만을 중국 영토로 간주하는 ‘하나의 중국’ 관련한 발언을 올려 논란이 됐으며, 틱톡에서 중국의 무력침공을 지지하는 게시물을 반복적으로 올리는 인플루언서도 있다.
대만 당국은 중국이 회색지대 전술과 심리전을 병행하며 전방위적으로 대만을 압박한다고 보고 강경 대응하기로 했다. 회색지대 전술은 실제 무력충돌이나 전쟁으로 확대되지는 않는 저강도의 무력도발로 상대에게 압박을 가하는 전술이다.
대만은 중국은 회색지대 전술과 심리전으로 대만 사회의 분열을 노린 뒤 군사훈련을 가장하다 급작스럽게 침공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중국군은 서른 대 가까운 전투기를 대만해협으로 출격시키며 대응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40분(현지시간)부터 중국 공군 J-10 전투기와 KJ-500 조기경보기, 무인기(드론) 등 모두 26대가 대만해협 공역에 출현했고, 이 가운데 20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동서남북 공역에 진입해 중국군 함선과 함께 합동 전투 대비 순찰을 벌였다.
대만 국방부는 저녁에도 보도자료를 내 오후 2시 30분 이후에도 중국 J-10과 KJ-500을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주·보조 전투기와 무인기가 28대 출격했으며 그 중 22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자국군의 대만해협 훈련을 대만의 군사훈련에 대한 맞대응이라 하지 않고 미국 국무부가 웹사이트에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삭제한 일과 연관 지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의 관련 군사 행동은 국가 주권과 안보,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는 필요하고 합법적인 정당한 행위로, 외부 세력이 고집스레 대만 독립을 종용·지지하는 것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자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의 퇴행에 대한 엄중한 경고 ”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