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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공개 관례 깨지고 금요일 개봉 확산
관객 급감 따라 2000년대 초반으로 회귀
OTT 신작 공개, 입소문 파워 확대도 영향
10일 한 시민이 서울의 한 극장에 걸린 '미키 17' 대형 홍보물을 지나가고 있다. '미키 17'은 수요일 개봉이라는 극장가 관례와 달리 금요일에 개봉해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


금요일 개봉이 극장가 새 경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9월 13일 개봉한 ‘베테랑2’에 이어 올해 선보인 ‘검은 수녀들’(1월 24일)과 ‘미키 17’(지난달 28일)이 금요일부터 관객과 만났다. 수요일 개봉이라는 오랜 관례를 깨고 20년 전 극장가로 돌아간 모양새다.

토→금→목→수에서 다시 금으로

영화 '킬링 로맨스'(2023)는 금요일 개봉하며 기존 극장가 개봉 관례에 변화를 시도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세기 국내 극장가는 토요일 개봉이 관례였다. 토요일 오전까지 학교 수업과 직장 근무가 있었던 영향이 컸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금요일 개봉이 등장했다. 2001년 ‘진주만’과 ‘엽기적인 그녀’가 금요일 선보인 후 미국처럼 국내 영화계도 금요일 개봉이 대세가 됐다.

금요일 개봉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2년 주5일제가 도입되면서 개봉일은 목요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웰컴 투 동막골’(2005)이 분수령이었다. 주5일제가 확산되면서 목요일 개봉이 큰 흐름이 됐다.

한국 영화의 급속한 산업화가 주요 이유이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한국 영화 제작 편수가 급격히 늘면서 흥행 경쟁은 치열해졌고, 상영관 선점과 대중 관심도 확보를 위해 금요일과 목요일로 개봉일이 빠르게 이동했다. ‘괴물’(2006) 같은 대작이 성수기 목요일 개봉해 상영 첫 주 관객 수를 키워 경쟁작 기선을 제압한 후 흥행 몰이에 나서는 식이었다. 영화 홍보마케팅 회사 영화인의 신유경 대표는 “수요일부터 영화를 상영하면 관객 수가 더 쌓이고 주말 상영관 배정에 유리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흥행 대전이 뜨거워지며 2010년대 초반 수요일 개봉작이 나오기 시작했다. ‘도둑들’(2012)과 ‘7번방의 선물’(2013) 등이 수요일로 앞당겨 극장가에 나선 후 관객 1,000만 명 이상을 끌어모으며 개봉일에 다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2014년 1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하면서 수요일 개봉이 새 경향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정부 지원에 따른 관람료 할인 혜택을 받아 초기 흥행 몰이에 나서겠다는 영화계의 계산이 작용했다.

수요일 흥행 몰이 의미 없는 시대

지난해 하반기 최고 화제작 중 하나인 '베테랑2'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금요일 개봉했다. CJ ENM 제공


수요일 개봉 관례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깨지기 시작했다. ‘킬링 로맨스’(2023)가 신호탄이었다. 지난해부터 금요일 개봉하는 영화들이 속속 등장했다. 여름 극장 흥행 대전에 나섰던 ‘하이재킹’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금요일 관객과의 만남을 개시했다. 지난해 하반기 최고 화제작 중 하나였던 ‘베테랑2’ 역시 금요일 개봉을 택했다. 올해 들어서는 ‘검은 수녀들’과 ‘미키 17’이 금요일 개봉 바통을 이어받았다.

금요일 개봉의 재등장은 영화 산업 급변과 밀접하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극장 관객 수가 급감한 영향이 크다. 관객이 줄어들면서 수요일에 개봉해 관객 수를 늘리겠다는 전략이 힘을 잃은 거다. 신 대표는 “수요일에 개봉해 상영 첫 주 5일 동안 모으는 관객 수나 금요일 개봉 후 3일 동안 관객 수가 큰 차이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극장 총관객수는 1억2,312만 명으로 금요일 개봉이 대세였던 2003년(1억1,948만 명) 수준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새 콘텐츠를 금요일 공개하는 점이 영향을 주기도 했다. 입소문 확인 후 관람을 결정하는 대중의 불황기 소비 패턴을 무시할 수도 없다. 투자배급사 NEW 관계자는 “흥행 성적이 입소문의 주요 요소가 된 관람 경향을 고려했을 때, 급감한 평일 관객 수만으론 대세감을 형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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