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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조사 “사실무근”에도 매출 타격
소상공인 78% “악성 리뷰로 피해”
블랙컨슈머 방지 법안 국회 계류 중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의 한 마라탕 가게 업주 A씨는 최근 구청으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배달한 마라탕에서 벌레 7~8마리가 나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인터넷엔 A씨 가게와 벌레가 나온 음식 사진이 올라와 악플이 줄줄이 달렸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할 구청 조사 결과 이는 사실무근으로 판명됐다. 식약처는 “인터넷에 올라온 벌레는 곡물과 연관성이 있다”며 A씨 가게에서 취급하는 식재료와 상관없다고 결론 내렸지만 A씨 가게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자영업자들이 악성 허위신고나 거짓 리뷰를 일삼는 ‘블랙 컨슈머’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파급력이 큰 온라인에서 잘못된 정보가 유통될 경우 추후 문제없다고 밝혀져도 업주 입장에선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

족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3년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허위 리뷰로 피해를 봤다. 알고보니 가해자는 B씨가 이전에 가맹계약을 체결했던 프랜차이즈 컨설팅 담당자 C씨였다. C씨는 B씨가 가맹계약을 해지하고 족발 식당을 차린 것에 앙심을 품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북부지법은 허위사실을 유포해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C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의원실에 따르면 배달앱을 사용하는 사업체 중 78%는 배달음식 허위 리뷰와 관련해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사유로는 소비자의 잘못을 음식점의 실수로 전가, 이유 없는 부정적 평가 등 응답이 많았다.

이처럼 자영업자가 허위신고에 무방비로 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17일 “식품위생 관련 신고 중 허위신고 여부는 파악하기 어렵다”며 “허위신고 관련 통계나 별도 지원책이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식약처로 접수되는 식품위생 신고 중 70%가량은 처분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식약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식약처 불량식품통합신고센터에 접수된 부정·불량식품 신고 2만4328건 중 약 68%(1만6681건)는 행정처분 대상이 아니었다.

국회에 블랙 컨슈머를 방지하기 위한 관련법안이 발의되고는 있지만 상임위에서 아예 논의되지 못하거나 각종 이슈에 묻히는 바람에 회기를 넘겨 폐기되기 일쑤다. 허위신고에 대한 소비자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소비자기본법 개정안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된 소비자기본법 개정안도 관할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에 계류 중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국가 경제의 중요 주체인 자영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소비자의 허위사실 기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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