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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문 내서, 후배·제자들 직격 비판
"의사, 사회 기여해야 존중받는 존재"
강희경 서울대 의대 교수의 모습. 그는 지난해 의대 증원 사태에 따른 의정갈등 상황에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연합뉴스


"우리는 압니다. 암 등 중증 질환 환자들이 방치된 결과가, 시간이 지나면 초과 사망으로 나타날 것이란 것을요. 의사라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지요. 당신들이 '전문가'라면, 전문가로서의 양심이 계속해서 다치고 있어야 합니다."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의 강희경(소아청소년과), 오주환(국제보건정책), 하은진(신경외과·중환자의학과),한세원(혈액종양내과) 교수는 17일 입장문을 내고, 사직 전공의와 미복귀 의대생들을 작심 비판했다.

이들은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더 이상 침묵하는 다수에 숨어 동조자가 될 수 없기에 우리의 생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은 오만하기 그지없다"며 "내가 아플 때, 내 가족이 이들에게 치료받게 될까 봐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뉴스1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뉴스1


강 교수 등은 의대 증원 사태 초기, 후배·제자들을 지지했으나 동료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복귀를 막으려는 태도 등이 반복되자 우려와 실망이 커졌다고 했다. "여러분은 피해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직과 휴학은 여러분이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며 "그로 인해 손해를 보았을지언정, 진정한 피해자는 아니다.
진짜 피해자는 지난 1년 동안 외면당하고 치료받지 못한 환자들
"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의 이익과 환자의 이익이 충돌할 때, 환자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배우지 않았나. 의사 면허가 곧 전문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전문가는 자신의 전문성을 사회에 기여하고, 그 대가로 존중을 받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또한 "여러분이 '착취당했다'고 하는 3~5년의 수련 과정은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한 과정"이라고 일침을 놨다. 이어 "지금의 교수들은 주당 140~150시간씩, 거의 매일을 병원에 머무르며 환자를 돌보고, 배우며 익혔고, 성장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과정이 지금의 한국 의료 수준을 만든 기반이 됐다"며 "이제는 그 모든 과정이 '착취'로 매도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생산직·서비스직
노동자들은 12시간 넘게 일하면서도 언제 직장에서 잘릴지 모르는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자영업자의 75%는 월수입 100만 원을 벌지 못하고, 소득이 0인 사람이 100만 명"이라고 사회 현실을 전하고,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확실한 경제적 보장을 받는 직군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전공의 수련 과정을 '착취'라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주장일까
'억울하면 의대 오든지'라는 태도는 진심인가
"라고 물었다.

지난 1년간 현장을 지켜온 동료 의료인들에 대한 태도도 비판했다. "현장을 지키고 있는 동료 의사, 교수들을 비난하며, 오히려 그들의 헌신을 조롱한다.
100시간이 넘는 업무에 과로로 쓰러지는 이들도 있지만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블랙리스트와 비난뿐
"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역할 확대에 의사단체들의 비난이 쏟아진 것과 관련, "솔직해져 보자. 응급실에서의 응급 처치, 정맥 주사 잡기 등의 술기를
응급 구조사, 간호사들
에게 배우지 않았나. 그런데 의사만이 의료를 할 수 있다는 오만한 태도로
이들을 폄하하는 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고 꼬집었다.

강 교수 등은 이제 병원으로 돌아가 환자들을 돌보며 주장을 관철시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 등은 "사회가 의료 분야에서 독점적 구조를 용인하면서도 그 부작용을 감수하는 이유는 면허 이면에 공공성을 요구하는 책임을 다해줄 것을 믿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는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
믿을 만한 전문가가 아닌 이기심에 의료 시스템을 붕괴시킨 원흉으로 비치고 있다
"며 "이 잃어버린 신뢰는 더한 규제, 소송, 그리고 더 가혹한 환경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투쟁 방식과 목표는, 정의롭지도 않고, 사회를 설득할 수도 없어 보인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면서 "책무를 다하는 전문가의 모습으로 개혁을 이끌 것인가, 아니면 계속 방해하는 훼방꾼으로 낙인찍혀 독점권을 잃고 도태될 것인가. 이제 여러분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어떤 길을 택하겠나"라고 글을 맺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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