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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자 “달걀 6개에 6달러” 공개편지
마약 밀반입 트럭에서 밀수된 달걀 발견되고
트레일러·레스토랑서 달걀 도난되는 등 혼란
미국은 관세전쟁 와중 ‘달걀 좀 팔아’ 손 벌려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하원의원이 5일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달걀 가격을 설명하는 포스터를 가리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달걀 ‘오픈런’(물건을 사기 위해 개점 시간을 기다리다 문이 열리면 달려들어 가는 것), 곳곳에서 벌어지는 달걀 절도, 국경을 넘어선 달걀 밀수, 급기야 달걀을 둘러싼 미 법무부 조사까지… 달걀 가격 폭등은 좀처럼 물가를 잡지 못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의구심으로 번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6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 식탁 문제는 기억하죠?”라고 묻는 트럼프 지지자의 편지를 실었다. “내가 사는 지역의 달걀은 여전히 6개에 6달러에 육박합니다…나는 매일 젠더 이야기를 듣겠다고 당신에게 3번이나 투표한 게 아닙니다.” 조 바이든 전임 대통령의 실정으로 미국 식탁 물가가 올랐다고 공격하며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이 물가를 낮추는 데 집중하지 않고 ‘미국에 남·여 두 성별만 존재한다’거나 ‘트렌스젠더 운동선수 출전 금지’ 등의 선언을 하는 데 대한 불만이다.

“언제 달걀 가격 내려가는 거에요?” 2025년 3월4일 텍사스 주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 의사당 밖에서 시위대가 높은 계란 가격에 항의하는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민주당은 트럼프의 약한 구석인 ‘달걀값’을 때리고 있다. 크리스틴 맥도널드 리벳 하원의원은 에이피(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달걀 가격이 일상적 걱정거리인 상황에서 헌법 위기나 민주주의에 대한 철학적 대화는 사치”라고 말했다.

미국 노동부 통계 발표에 따르면, 달걀 가격은 지난 2월 12개들이 1상자에 5.9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4년 전인 2021년 2월엔 1.60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270% 상승했다. 일부 지역 소매가는 10.99달러에 팔리는 등 훨씬 비싸다. 그나마 있는 달걀도 매장문이 열리자마자 동나는 지경이다.

미국 달걀 가격

비싼 달걀은 밀수와 절도 대상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 미 관세국경보호국(CBP) 자료를 인용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사무소가 지난해 10월 이후 멕시코 입국자로부터 달걀을 압수한 건수가 지난해 대비 158%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마약 밀반입 수사 도중 트럭에서 발견한 메스암페타민(필로폰) 20㎏ 곁엔 같이 밀수한 달걀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지난달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운송 트레일러에 실려 있던 10만개의 달걀 4만달러어치가 도난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같은 달 시애틀의 한 레스토랑에서도 계란 540개가 사라져 경찰이 수사 중이다.

13일 미국 마이애미의 한 슈퍼마켓에 ‘계란 구매 제한’을 알리는 표시가 붙어 있다. AP연합뉴스

달걀이 이토록 귀한 몸이 된 데는 달걀의 ‘비탄력성’ 때문이다.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중단하기 어렵고 대체재도 없다. 달걀 가격이 1% 상승해도 수요는 0.15%만 감소할 뿐이지만, 달걀 공급이 1% 감소하면 가격이 약 6.67% 상승한다고 경제학자 제이슨 러스크 오클라호마주립대 부총장은 설명한다. 와플, 오믈렛, 케이크, 라면, 팬케이크 등 많은 음식의 필수 재료인 계란 가격이 오르면 다른 모든 음식의 가격이 오른다. 마켓워치는 “심리적으로 사람들은 스타벅스 커피보다 달걀에 대해 더 화를 내는 것 같다”고 이번 사태에 대해 느끼는 미국인들의 분노를 설명했다.

특히 팬데믹 때와 달리 공급망이 비교적 정상적인 상황인데도 달걀 수급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경제학자 폴 해리슨 박사는 “달걀처럼 일상적인 것을 구하기 어려워지면 뭔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인플레이션, 경제, 생활비, 공급망 취약성에 대한 더 큰 불안감으로 이어진다”고 자신의 블로그에 썼다.

이 와중에 미국 최대 계란 판매 업체인 칼메인 푸드는 지난 1월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분기 총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배 늘어 3억56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가격 인상은 양계 농가를 덮친 조류 인플루엔자 탓이라고 하지만, 소비자들의 분노가 커지자 미 법무부는 달걀 가격 급등 원인을 들여다보고 있다. 달걀 생산자들이 가격 인상을 위해 담합하여 독점금지법을 어겼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브룩 롤린스 미 농무부 장관은 지난달 달걀 가격 안정화를 위한 10억달러 규모의 종합 전략을 발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사태를 해결하려면 7000만~1억개의 달걀을 수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미국은 고율 관세 정책 등으로 여러 나라와 갈등을 빚는 와중에도 염치불구하고 다른 나라에 달걀을 수출해 달라며 손을 벌리고 있다. 심지어 그린란드 영토 문제로 갈등을 빚는 덴마크에도 달걀 수출을 타진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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