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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입점·임시점포 소상공인들 분통
“구체적 금액·방식도 없는데 어찌 믿나”
업계선 정상화엔 최소 1조5000억 필요 추산
최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임직원 및 협력업체에 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 16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 배송 차량이 주차돼있다. 연합뉴스


“사재 출연이요? 안 주겠죠. 저희는 하루 하루가 무섭습니다.”(홈플러스 A매장 입점점포 점주)

“눈 가리고 아웅하나요. 전혀 와닿지 않아요.” (홈플러스 B매장 임시점포 점주)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이 홈플러스 기업회생과 관련해 대주주로서 책임을 지겠다며 사재 출연을 약속했지만,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당장 국회 정무위원회 질의와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등을 목전에 두고 나온 발표인데다, 얼마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내놓겠다는 등의 구체적 내용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소상공인들과 홈플러스 노조는 비판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꼼수’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 정상화에는 최소한 1조5000억원 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병주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가 심각해지고 국회 출석 요구, 국세청 세무조사, 노동조합 반발 등 사회적 압박이 거세지자 마지못해 사재 출연이라는 조치를 내놓은 것”이라며 “진정 어린 사과도 없이 해외로 출국한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국회 정무위는 18일 홈플러스 사태 긴급 현안질의 증인으로 김 회장을 채택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MBK 투자가 완료된 개별회사(홈플러스)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사유서를 내고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1조원 투자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자본 회수에만 매달려 (회사) 경쟁력이 약화했다”며 “선제적 기업회생이라는 생소한 개념까지 동원해 자신들이 져야 할 책임을 노동자를 비롯한 수많은 이해관계자에게 떠넘기는 ‘신개념 먹튀’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갑작스러운 김 회장의 사재 출연 계획 발표가 오는 28일로 예정돼 있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와 관련있다고 본다.

MBK는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 분수령이 될 다음주 주총 표대결에서 영풍 측이 추천한 이사가 몇 명 임명되는지가 쟁점이다. MBK 전략 부재가 홈플러스 경영부실을 야기했으며 알짜 자산 매각 및 기업회생절차 개시 직전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 발행 등 도덕적 해이 논란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출연 계획에 구체적인 액수를 명시하지 않은 것도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위한 급조 계획이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대략 1조5000억원이 넘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재 출연이라고 하면 통상 당사자가 기자회견 등의 방식으로 발표한다”며 “이번처럼 보도자료 형태의 발표를 과연 누가 믿겠나”라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사재 출연 계획에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명시돼있지만,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호인 홈플러스 입점점주협의회 총무는 “사재 출연 소식 자체를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접했다. 홈플러스 본사나 매장 관리인들도 더이상의 내용을 모르더라”라며 “패션 쪽은 1월 대금조차 언제 받을 수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총무는 “MBK 측은 사재 출연 계획을 밝히며 ‘재정 지원’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줘야 하는 대금을 못 주고 있는 것이니 ‘변제’가 맞다. 김 회장의 잘못된 인식이 드러난 것”이라고도 했다.

임시점포 업주 박모씨(52)도 “소상공인 피해 금액이 얼마인지도 밝히지 않고 이중 얼마를 어떻게 사재로 상환하겠다는 내용도 없지 않나”라며 “행사팀은 롯데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홈플러스와의 신뢰가 깨졌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이날도 입장문을 내고 “소상공인 상거래채권 변제 시기를 앞당기겠다”며 “매입채무유동화와 관련해 채권이 전액 변제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증권사들과 회생절차에 따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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