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백악관을 자신의 스타일로 화려하게 꾸미는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8주간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 벽에 걸린 그림이 3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전임 대통령이 집무실에 건 초상화는 6점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점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대형 유화 초상화가 책상 뒤 왼쪽에 새로 걸렸고, 벽난로 위에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새 초상이 새로 자리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고른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앤드루 잭슨,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등 역대 대통령의 새 초상화들이 빽빽하게 내걸렸다.

백악관 오벌 오피스 벽면이 역대 미국 대통령 초상화들로 가득 차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소유의 전직 대통령 초상화 중에 오벌 오피스를 새로 채울 그림들을 고르느라 카탈로그를 여러 차례 뒤적거리며 고심했다고 한다. CNN은 “(벽면이) 너무 빽빽해져 그림들끼리 공간을 두고 경쟁할 정도”라면서 “오벌 오피스가 좀 더 갤러리 전시실처럼 변했다”고 평가했다.

집무실 곳곳에는 각종 황금색 소품도 자리를 차지했다. 문에는 로코코풍의 화려한 거울을 달았고, 테이블에는 황금 독수리 소품을 올려뒀다. 자신의 자택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공수해 온 황금색 인물상과 천사상도 백악관 안방을 차지했다. TV 리모컨도 금박 장식이 된 것으로 교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벌 오피스의 천장에 크고 화려한 샹들리에를 거는 방안까지 검토했지만, 이는 아직 실현되지는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백악관 오벌 오피스 테이블의 ‘트럼프’ 금장식. AFP연합뉴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왼쪽)과 회담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백악관은 오벌 오피스뿐만 아니라 로즈가든 등 실외 공간도 대대적인 변신을 앞두고 있다. 역대 대통령이 취재진 앞에서 주요 발표를 해온 로즈가든에선 잔디를 들어내고 안락의자를 배치한 파티오(천장이 트인 건물 내 뜰) 스타일의 공간으로 바꾸는 공사가 몇 주 내로 시작된다.

백악관 경내 남쪽의 잔디정원 사우스론에는 국빈 만찬이나 연회에 사용할 연회장을 조성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베르사유궁의 ‘거울의 방’ 스타일로 화려하게 만든 대연회장 스타일로 짓고 싶어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스론의 연회장을 사비로 조성하겠다고 공언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몇 개의 청사진을 놓고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으나 실제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주요 역사적 공간인 백악관 경내의 외양을 대거 뜯어고치는 공사가 결정될 경우 적지 않은 논란이 일 수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정권 모두에서 근무한 전직 백악관 관리는 “대통령 모두가 집무실을 꾸밀 권리가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은 대통령 같지 않고 왕 같다”고 CNN에 말했다.

경향신문

윤기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