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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삼성SDI 유상증자 ‘중점심사 대상’ 1호로 선정

삼성SDI가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보유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활용하는 대신 대규모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인데, 유상증자 발표 후 주가는 큰 폭 하락했다. 이번 자금 조달 계획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한 관건은 주가가 더 하락하지 않고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지다.

회사가 유상증자할 때 발행할 신주의 발행가가 앞으로 주가 흐름에 따라 결정되는데, 당초 계획한 2조원을 모두 조달하려면 주가가 19만~20만원대를 유지해야 한다. 또 금융감독원이 삼성SDI 유상증자를 ‘중점심사 대상’ 1호로 선정한 만큼 주가가 더 하락하면 당국이 이번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

삼성SDI 주식은 17일 오후 전 거래일보다 1% 안팎 하락한 18만9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던 2020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14일 유상증자 계획 발표한 이후 당일 6.18%(1만2600원) 떨어진 이후에도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 삼성SDI 부스를 찾은 관람객이 자율주행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앞서 삼성SDI는 신주 1182만1000주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찍어내 2조여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조달한 자금으로 2026년까지 국내 전고체 배터리 생산 설비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사(JV), 헝가리법인 등에 투자할 방침이다.

회사가 발표한 대로 2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현재 수준의 주가가 유지돼야 한다. 회사가 발표한 유상증자 계획에 따르면 신주 1주당 예상발행가는 16만9200원이다. 오는 4월 15일과 5월 22일 1차·2차 발행가를 산정해 최종 발행가를 결정한다. 이 기간 거래대금과 거래량을 토대로 한 가중산술평균주가에 할인율 15%를 적용하기로 했다. 단순 계산하면 19만4500원 이상의 평균 주가 흐름을 유지해야 목표하는 2조원을 확보할 수 있다.

증권사들은 주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활용하지 않고 유상증자 카드를 선택한 것이 아쉽다는 반응도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 기준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2%를 보유 중이다. 장부가 기준 4조8371억원어치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매각 가능한 자산이 있음에도 삼성SDI가 자기자본을 통한 자금 조달 방식을 취한 점은 투자자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라며 “주식 수 증가에 따른 희석 영향과 이번 설비투자(CAPEX) 자금 조달 방식이 당분간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삼성SDI가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받은 배당금 규모만 1조원이 넘는 것을 고려할 때 지분 매각을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앞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만큼 추가 유상증자 부담이 줄어든 것이란 의견도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SDI가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활용 가능성 등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향후 추가적인 자금 조달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북미 시장에서 합작사가 아닌 자체 공장에 추가 투자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삼성SDI 주가 흐름은 이번 유상증자 계획이 금융 당국의 심사 문턱을 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감독원은 이번 삼성SDI 유상증자를 ‘중점심사 대상’ 1호로 선정했다.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되면 금감원은 해당 증권신고서를 일주일 내 집중심사하고 회사 측과 최소 1회 대면 협의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삼성SDI 소수주주 지분 비중이 61.72%에 달하는 만큼 주주 보호를 위한 절차와 계획이 마련됐는지 들여다볼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유상증자에 도전했던 상장사들에 잇달아 퇴짜를 놓았다. 이수페타시스와 고려아연이 대표적이다. 유상증자 발표 후 주가가 흔들리고 일반 주주의 반발이 컸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SDI 최대 주주인 삼성전자가 배정 물량을 모두 소화하거나 초과 청약할 지도 주가에 중요하다. 최대 주주가 청약 물량을 다 소화하지 않으면 그만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 물량이 늘어나는데, 이 경우 일반 투자자가 이번 유상증자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어려워진다. 삼성전자가 얼마나 많은 물량을 청약할 지는 이사회를 열어 결정할 계획이다.

삼성SDI의 이번 유상증자 비율(16.8%)과 할인율(15%)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2020년 이후 11개 상장사가 유상증자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들의 평균 증자비율은 31.4%, 평균 할인율은 19.1%였다. 처음 목표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 4개사는 공통적으로 유상증자비율이 30%를 밑돌았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SDI 주가가 올해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 ÷ 순자산) 0.6 배에 거래되고 있어 추가 하락을 우려하기보다는 (유상증자에 따른 주식 가치) 희석을 반영한 이후 반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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