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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소재 미국의 소리(VOA) 건물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연방정부 조직을 대대적으로 축소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 관영매체 직원 1300명을 휴직 처리했다. 이로 인해 한국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 지사를 둔 미국의소리(VOA)의 일부 방송이 중단됐다.

마이클 어브래머위츠 VOA 국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에서 자신을 비롯해 기자, 프로듀서, 보조 직원 등 1300명의 VOA 직원 대부분이 이날 휴직 처리됐다고 밝혔다.

어브래머위츠 국장은 “(VOA는) 독재하에서 사는 이들에게 미국의 이야기를 알리고,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뉴스와 정보를 제공해 전 세계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장려해왔다”면서 “유명한 VOA가 83년 만에 처음으로 침묵 당해 매우 슬프다”고 말했다.

윌리엄 갈로 VOA 서울지국장도 자신이 모든 회사 시스템과 계정에서 차단됐다고 밝혔다. 17일 VOA의 한국어 홈페이지에는 ‘VOA 방송국 사정으로 현재 한국어서비스 방송과 웹/소셜미디어 업데이트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공지가 떠 있다.

17일 VOA 한국어 홈페이지 화면. VOA 한국어 홈페이지 갈무리


VOA 직원에 대한 강제 휴직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행정명령을 통해 법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과 인력을 제외하고는 미국 글로벌미디어국(USAGM) 조직을 최대한 축소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독립 정부기관인 USAGM은 전 세계에 자유와 민주주의 이념을 전파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산하에 VOA를 비롯해 6개 매체와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해에는 8억8600만달러(약 1조 2886억8700만원)의 예산으로 직원 약 3500명을 고용했다.

VOA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2년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 활동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됐다. 세계 다른 지역으로 영역을 넓혀 현재 매주 3억6000만 인구에 48개 언어로 소식을 제공한다.

로이터통신은 또 다른 USAGM 산하 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자유유럽방송(RFE)의 예산도 끊겼다고 전했다.

RFA는 언론이 통제되는 북한, 중국 등의 내부 소식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해당 국가에 미국의 입장과 국제사회 소식을 전하는 기능을 해왔다. RFE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동유럽 국가들에 뉴스를 보도했다.

USAGM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강경 우파 정치인 캐리 레이크가 특별 고문을 맡고 있다.

레이크 고문은 전날 성명에서 “난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이 기구에는 낭비, 사기와 남용이 만연하며 미국 납세자가 자금을 제공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간첩과 테러리스트 동조·지지자들이 USAGM에 침투했고, USAGM이 가짜뉴스 기업에 수억달러를 써왔다고 주장하고서 “이 기구는 구제 불가능하다”라고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레이크 고문이 다른 트럼프 충성파처럼 새 행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보직을 맡아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레이크의 조직을 사실상 해체했다고 주목했다. 당초 레이크는 USAGM을 이끌면 VOA를 “정보 전쟁”의 강력한 “무기”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국경없는기자회는 VOA의 대규모 휴직 처리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전 세계 언론 자유를 위협하고,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지지해온 80여 년의 미국 역사를 부정한다”고 지적했다. 미 전국기자협회(NPC)는 “VOA는 수십 년간 전 세계 독자에게 사실에 기반을 둔 독립 저널리즘을 제공했으며 이런 활동은 언론의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 장소에서 종종 이뤄졌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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