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오 “무역 현상유지 싫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 라 말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뒤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다음 달 2일부터 미국이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상호 관세’와 관련해 “우리는 (무역의) 기준선을 다시 설정(reset)하고 이후 국가들과 잠재적인 양자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호 관세를 일괄적으로 부과한 뒤 교역 상대국 각각을 대상으로 무역협정 협상에 나설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재협상 등의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옹호하며 “공정성과 상호주의의 새로운 기준을 바탕으로 우리는 전 세계 국가들과 양자 협상을 통해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새로운 무역 협정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는 진행자가 “이 모든 것은 자유무역 협정을 얻기 위한 지렛대인가”라고 묻자 “협상을 위한 지렛대가 아니다. 공정성을 위한 것이다. 기준선을 재설정한 뒤에 거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무역은) 공정하고 자유로워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한쪽만 자유롭고, 다른 쪽에는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루비오의 발언은 다음 달 2일 미국이 무역 상대국의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모두 고려해 상호관세를 부과한 이후 각국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맺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한·미 FTA 재개정을 요구하거나, 새로운 무역협정을 수용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미 의회 연설에서 “한국은 미국 관세의 4배”라고 주장한 바 있다. 사실과는 다른 주장이지만, 트럼프가 그만큼 한국과의 무역이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루비오도 이날 인터뷰에서 현재의 자유무역 체제는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은 세계 무역의 균형이 완전히 깨졌다고 정당하게 믿고 있다”며 “우리는 30~40년 동안 다른 국가들이 우리를 불공평하게 대하는 것을 허용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을 지목하며 “EU의 경제 규모는 우리와 거의 비슷하다. 저임금 경제도 아니다. 그런데도 왜 유럽연합이 우리에게 무역흑자를 기록할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루비오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두 가지”라며 “첫째 알루미늄, 철강, 반도체, 자동차 제조 등 핵심 산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산업을 보호하고 역량을 구축하려면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했다. 이어 “두 번째는 글로벌이다. 우리는 미국에 부과하는 것과 동일한 관세를 상대국에 부과할 것”이라며 “왜 이들 국가가 이것(상호관세)을 좋아하지 않는지 이해한다. 무역의 현상 유지가 그들에게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상 유지가 싫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자유 무역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유리한 새로운 무역체제를 추진하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라는 점을 재확인한 발언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