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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가격은 아직도 한 포기에 5천 원이 넘습니다. 지난해 9월~10월에 포기당 만 원에 육박하던 때보다는 나아졌다지만, 지난해 이맘때쯤에 배추가 3천 원대였던 것에 비하면 60% 이상 비쌉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채소를 10년여 담당했다는 직원의 말을 빌리면, "배추 작기가 일 년에 4번 돌아오는데, 이렇게 연달아 작황이 나쁜 건 처음 겪어본다"고 합니다.

지난해 여름이 너무 더웠던 탓에 여름 배추 생산량이 크게 줄었는데, 가을배추가 나올 때쯤이면 배추 물량 부족이 해소되지 않겠느냐, 겨울 배추가 나오면 괜찮아지지 않겠느냐, 하면서 해를 넘겼습니다.

김장철과 설 대목을 정부 할인 지원 등으로 간신히 넘겼는가 했지만, 3월이 되도록 배춧값은 여전히 비쌉니다.

유난히 길었던 늦더위 탓에 가을 배추와 겨울 배추까지도 예년 생산량이 회복하지 못한 탓입니다.

지난해 겪었던 유례 없는 기후 변화. 배추와 무, 양배추 등 채소류 가격이 지난해보다 50~70%씩 비싼 이유입니다.

배추와 무, 양배추는 1개 가격이고 당근은 1kg의 전국 평균 가격이다.

■채솟값 고공행진에 채소류 수입 급증

이렇게 국내 채솟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자 채소류 수입이 크게 늘었습니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배추 수입량은 4,135톤으로 집계됐습니다. 2023년에 겨우 164톤이 들어왔던 것에 비해 24배가 증가한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국산과 중국산 배추의 품질과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에, 국내 가격이 어지간히 올라가지 않으면 배추를 수입해 오지는 않는다고 말합니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김치 물량이 많기 때문에, 김치를 담그려고 중국산 배추를 수입하는 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도 말합니다. 그럴 바엔 그냥 김치를 수입한다는 거죠.

하지만 국내 배추 가격이 워낙 오르니 지난해 수입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1~2월 두 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수입량이 2,500톤을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1년 치 수입량의 반을 넘은 겁니다.

올해 배춧값이 계속 강세를 보인다면 중국산 배추 수입량은 지난해 수입량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무 수입량은 1만 6,426톤으로, 2023년 2,494톤에 비해 6.5배가 수입됐습니다. 지난해 당근 수입량도 12만 7천 톤이 넘습니다.

■ 수입은 크게 늘었는데 중국산 채소는 어디로 갔을까?

수입 채소가 이렇게 늘었다는데, 막상 장을 보러 가면 소비자들은 중국산 배추나 무를 보기는 힘들죠. 대체 중국산 무 배추는 어디로 갔을까요?

서울 가락시장 경매에 중국산 무 배추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 현장 취재를 가보니 중국산 무 배추는 주로 중국인이나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식자재 마트로 간다고 했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이 많이 다니는 대형 마트나 유통업체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전통시장에 가보니 중국산 쌈 배추(알배기 배추)나 양배추, 브로콜리, 당근 상자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채소 가게들이 도매로 사 온 중국산 채소 상자를 버린 것입니다.

원산지 단속반원들이 채소 상자를 확인하고 있다. 전통시장 입구에는 양배추 등 중국산 채소 상자가 많이 쌓여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볼 수 있게 전시해 놓은 자리에는 중국산인지 국산인지,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는 가게가 많았습니다.

특히나 이 전통시장에는 '원산지 표시 가격제 표시 시범 시장'이라고 커다랗게 홍보하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전통시장에서 아무 표시를 하지 않고 국산과 나란히 놓고 파는 것은, '으레 국산이겠거니' 하고 믿는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이렇게 원산지를 '미표시'한 경우에는 적발되면 최소 5만 원에서 최고 천만 원까지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됩니다.

원산지 '거짓 표시'의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것보다 처벌이 약합니다.

알배기 배추와 양배추, 세척당근 모두 중국산이지만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 표시가 없으면 '수입 농산물인가?'하고 의심하고 주인에게 "이거 어디산이에요?" 하고 묻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

국산과 수입 농산물 가격은 거의 두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중국산을 중국산으로 알고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이지만, 국산 가격을 주고 중국산을 먹게 된다면 그건 사기에 가깝습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 임상균 기동팀장은 "고물가와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 원산지 표시 위반이 더 많아지고, 소비자들의 '국산이냐 수입이냐' 하는 원산지 의식도 흐려지기 쉽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 : 권세라)

[연관기사]
"모르면 속는다" 채소 원산지 구별법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01491
채솟값 고공행진에 수입 급증…‘중국산’도 ‘국산’인 척 (2025.03.14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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