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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국무, '상호관세→양자간 협상→새 무역협정' 수순 공식화
美, 對한국 관세 대폭 인상·美 소고기 수입제한 철폐 등 요구할듯
韓, '부당·과도한 피해' 차단 숙제…적절 타이밍·정교한 전략 필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미국 정부가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부터 부과를 예고한 '상호관세'와 관련, 무역 상대국과 새로운 무역 협정 체결을 언급하면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됐다.

미국이 그동안 체결한 무역협정이 불공정하므로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한 이후 해당국과의 양자 간 협상을 통해 새로운 무역 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수순을 사실상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루비오 미 국무장관 "공정성과 상호성이라는 새 기준으로 새 협정체결"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CBS 방송 인터뷰에서 "공정성과 상호성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바탕으로,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되는 새로운 무역 협정을 위해 전 세계 국가들과 양자 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의 이러한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나왔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거세게 비판해온 유럽연합(EU)에 대해 "30∼40년간 우리는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불공정하게 대하는 것을 허용해왔다. 대부분은 냉전 시대였는데 이유는 그들이 부유하고 번영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변해야 한다. EU의 경제 규모는 우리와 거의 비슷하고 저임금 경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무역의 현 상태(status quo)'를 바꿔 '새로운 현 상태'(new status quo)를 설정하겠다면서 "그들이 원한다면 그 후에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펼치고 있는 글로벌 관세전쟁에서 4월 2일 상호관세로 선제공격하고, 이를 기반으로 무역 상대국과 협상을 통해 새로운 무역협정을 맺어 무역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미 국무장관, 한국 직접 언급 안했으나 한국도 새 무역협정 대상 유력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 후 무역 상대국과의 협상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측면이 있다.

상호관세라는 미국의 일방적 조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시정할 수 있는 채널을 미국이 약속했다는 의미에서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캐나다와 멕시코, 유럽연합(EU) 등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관세를 매개 삼아 거세게 공격해온 국가들과 경제 권역만 거론했고, 한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우선순위 표적으로 삼고 있는 이들 국가 못지않게 한국 역시 미국의 주요 무역상대국이라는 점에서 그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더구나 한미 간 무역에서 한국이 매년 상당한 규모의 흑자를 보고 있는 현 상황은 미국의 시각에서는 불공정하게 비칠 수밖에 없어 거세게 개선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 당국자 발언이나 무역장벽보고서 등에서 미측 요구 유추 가능
한국에 대한 미국의 요구 내용과 압박 수위는 내달 2일 공개될 것으로 예고된 국가별 상호관세에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한미는 양자 간 협상을 통해 이미 발효 중인 한미 FTA를 개정하는 수준으로 새 협정을 마무리 지을지, 기존 한미 FTA를 대체하는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할지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이미 한 차례 한미 FTA 폐기를 위협함으로써 FTA 재협상을 끌어냈고 부분 개정을 관철해낸 바 있다.

현재로선 한미 FTA 개정이냐,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이냐는 형식 문제보다는 미국이 새로운 협정에 어떤 내용을 담고 싶어 하는지를 파악해 대비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미국 측이 요구사항을 현시점에서 추정하기는 쉽지 않으나 그동안 미국 당국자들의 발언이나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 등 미국 정부의 발표에서 드러난 한국과의 무역에 대한 미국측 요구사항 등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미, 새 협정에 관세 대폭 인상·소고기 수입제한 폐지 등 요구할듯
무엇보다 미국은 우선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대폭적인 관세 인상을 반영하고자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양국은 이미 FTA를 통해 대부분 물품의 관세를 폐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미 의회 연설에서 '한국은 미국 관세의 4배'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국 통상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이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머릿 속에 각인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오해를 바로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 측은 관세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에 부담이 되고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이라고 판단되는 한국의 모든 정책과 규제 등을 문제 삼을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무역상대국의 '부당한 관세'를 주장하면서 부가가치세를 언급한 바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부가가치세를 비롯한 조세제도 개정도 미국의 요구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한국 정부와 국회에서 추진해온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도 그동안 미국측에서 눈여겨보며 지적해온 사항이다.

이 규제는 시장을 좌우하는 소수 거대 플랫폼 기업의 부당행위를 금지한다는 취지이지만, 미국상공회의소를 비롯한 미국 재계는 규제가 중국 기업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미국 기업에만 부담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며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이와 함께 ▲도살 당시 30개월 미만된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하는 제한 조치와 각종 농산물에 대한 검역제도 ▲한국의 약값 책정 ▲외국 콘텐츠에 대한 스크린 쿼터제 등도 무역관련 미국의 단골 불만사항이라는 점에서 미국 측이 개선을 요구하며 자신의 입장을 새로운 협정에 반영하고자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지난 11일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30개월 연령 제한에 대한 철폐를 요구했다.

USTR은 작년 NTE에서 한국과 합의한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출이 "과도기적 조치"였음에도 16년간 유지되고 있으며, 갈아서 만든 소고기 패티와 육포, 소시지 등 가공육은 여전히 금지됐다고 지적, 사실상 수입 허용을 압박한 바 있다.

지난 13일 미국을 방문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의 면담에서도 미국 측은 농업 부문 미국산 제품에 대한 한국의 엄격한 위생·검역(SPS) 문제를 비롯해 디지털 통상 장벽 문제, 중국산 철강의 한국을 통한 우회 수출 문제 등 비관세 장벽에 집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적 접촉 통해 미 의도·요구사항 정확히 파악해 협상 대비해야
미국 측이 상호관세 부과 이후 양자 협상 가능성을 열어 놓음에 따라 한국 통상 당국은 미 측과의 지속적인 접촉과 대화를 통해 정확한 의도와 요구사항을 파악해 협상에 대비하는 게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 통상 당국은 미국 측의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설득할 논리와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향후 한국이 무역에서 부당하게 혹은 과도하게 피해를 보는 상황을 차단하고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정 통상본부장은 지난 14일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상호관세 부과까지 20여일 남은 상황에서 기회 닿는 대로 저뿐만 아니라 실무자들이 워싱턴을 방문해 우리 입장을 지속해서 전달할 것"이라며 "우리가 기대하는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거침없고 무차별적인 관세 정책이 부메랑이 돼서 미국 경제에도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미국과의 '통상 줄다리기'에서 한국이 무작정 수세적 입장을 취하면서 서둘러 불리한 협상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울러 미국과의 협상에서 정교한 대응 논리와 전략뿐 아니라 적절한 타이밍을 택하는 혜안도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면담
(서울=연합뉴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미국 무역대표부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상호관세 등 양국 간 통상 현안 관련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5.3.15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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