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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우유 생산↓… 가격 최고치
자급률 44%… 제품 가격 인상 검토
수입산 증가로 국내 시장 잠식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유 생산 감소로 국제 유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다. 우리나라의 유제품 자급률은 44.8%밖에 되지 않는다. 수입산 우유·유제품 원료를 사용하는 식품업계와 제과·제빵업계, 카페업계 등이 국제 유제품 가격에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내년부터는 여러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유제품에 무관세가 적용되면서 수입산 유제품의 국내 시장 장악 우려도 커진다.

16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유제품 가격 지수는 148.7로, 2022년 10월(149.2)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놓고 현시점 가격과 비교해 계산한 수치다. 지난달 가격 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하면 23.2% 높고, 전달보다 4.0% 상승했다.


세계 유제품 가격 지수는 2023년 9월 112.0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우유 생산량 감소와 유제품 수요 증가 등으로 지난해 8월부터 매달 높아졌고 지난달 148.7까지 뛰었다. 낙농 선진국이 분포한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는 지난달 엘니뇨 영향에 따른 기상 변화 여파로 우유 생산이 줄었다. 서유럽에서는 겨울 휴가철을 앞두고 버터 등 유제품의 소매 판매가 증가한 점도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동북아시아에서도 수입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제 가격을 끌어올렸다.

한국은 국산 우유의 높은 가격 탓에 멸균우유와 버터 수입량이 증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멸균우유 수입량은 9660t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버터 수입량도 6299t으로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

환율도 상황을 악화시킨다. 최근 1450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유제품 수입 단가를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료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패키지(포장) 가격과 생산 비용 등도 전반적으로 올라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며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커피·코코아를 넣은 유제품의 경우 가격 인상 압박이 더 커진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내년부터는 미국·유럽산 유제품(우유·치즈) 관세가 전면 철폐되면서 수입 유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고 시장 점유율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유제품 자급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해 치즈와 크림 등 많은 유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1년 77.3%였던 유제품 자급률은 2015년 56.5%, 지난해 44.8%로 떨어졌다.

유제품을 수입하는 국내 식품기업들은 원료 가격 변동 추이를 주시하면서 제품 가격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수입 유제품의 경우 원제조사의 요청에 따라 가격 조정이 이뤄진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FTA 영향으로 내년 유제품 관세가 ‘제로’(0원)가 된다면 해외 유제품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저렴한 수입 유제품이 시장을 장악한 뒤 가격 인상에 나선다면 소비자들의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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