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판매량 4년 만 5배 가까이 급증
현지 생산 위해선 ‘노조 협의’ 관건
현지 생산 위해선 ‘노조 협의’ 관건
미국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질주가 거침없다. 판매량이 4년 만에 5배 가까이 급증했다. 고급 브랜드인 만큼 대당 마진이 높아 현대자동차의 수익성 개선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예고한 관세다.
16일 현대차 기업설명회(IR) 자료 등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22만9532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미국 판매량이 7만5003대(32.7%)에 달한다. 3대 중 1대는 미국에서 팔린 셈이다. 제네시스 미국 판매량은 2020년 1만6384대, 2021년 4만9621대, 2022년 5만6410대, 2023년 6만9175대(30.7%·증가량 첫 30%대 돌파) 등 매년 앞자리를 바꾸며 급증하고 있다. 올해도 1월 4852대, 2월 5546대를 판매해 동월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현대차는 올해 사업보고서에서 제네시스 차량이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함께 고수익 차종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제네시스가 이런 성과를 거둔 배경엔 현대차와의 차별화 전략이 자리한다.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제네시스 독립 매장은 11곳에 불과했다. 주로 현대차 매장에서 제네시스 차량을 같이 판매했다. 그러나 올해 1월 기준 제네시스 독립 매장은 60곳으로 늘었다. 클라우디아 마르케스 전 제네시스 북미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제네시스가 처음 출시됐을 땐 현대차의 많은 지원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모든 기능이 완전히 독립되어가고 있다”고 말했었다.
제네시스는 미국 시장조사 업체 JD파워의 ‘기술 경험 지수’ 조사에서도 2021~202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40개에 달하는 자동차 기술력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를 평가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미국 판매량 8만대를 돌파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이 추세를 이어가는 게 녹록잖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다음 달 2일부터 상호 관세를 매길 계획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 자동차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가 붙지 않는다. 지난해 미국에서 생산한 제네시스 차량은 약 2만4000대에 불과하다. 미국 판매량의 절반 이상은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한다. 관세를 피하려면 현지 생산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노조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도 간단찮은 대목이다. 현대차 노사 단체협약에는 국내 생산 물량을 해외공장에서 생산하려면 ‘일감 유지’ 차원에서 노사공동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