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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달러, 獨 경기부양에 급등… 4개월 만에 최고
달러·엔은 147엔으로 ‘뚝’… BOJ 금리인상 영향
원화 약세는 여전… 정국불안·경기둔화 우려 영향
“정치 불확실성 해소·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시급”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 유로화와 엔화가 강세를 보이며 달러의 대항마로 급부상하는 가운데 원화만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가 확정되고,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속도를 내야 환율이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달러 1.09달러 돌파… 달러·엔은 147엔대로 ‘뚝’
17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유로·달러 환율(유로 대비 달러 환율)은 지난 7일(현지 시각) 기준 유로당 1.0832달러로 마감하면서 1.08달러선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약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로·달러 환율은 이후에도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11일 1.09달러까지 돌파했다가 14일에 다시 1.08달러대로 내려왔다. .

그래픽=정서희

유로화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을 전후로 하락하면서 지난 1월 1.0216달러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유로·달러 패리티(1유로=1달러)’ 현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최근 유럽 중앙은행(ECB)의 통화 정책 변화와 독일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등이 유로 강세를 이끌면서 상승세로 전환했다.

독일은 운송, 주택 등 인프라 투자를 위해 10년간 5000억 유로(약 787조 원)의 특별기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독일 정부 예산(4657억 유로)과 맞먹는 규모다. 이러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유럽 경기 회복 기대감을 높이며 유로 강세를 견인하고 있다.

ECB는 물가 안정 및 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해 금리 인하 폭을 줄일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유로 강세에 힘을 보탰다. ECB는 지난달 말 통화정책의 기준이 되는 예금금리를 3.00%에서 2.75%로 인하했지만, 매파적(통화 긴축) 기조를 보이면서 연내 추가 인하가 2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엔화 또한 올해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저금리 기조로 급락했던 엔화 가치는 올해부터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함께 빨라지자 상승세로 돌아섰다. 올해 초 160엔에 육박했던 달러·엔 환율(달러 대비 엔 환율)은 지난 11일 147엔 초반으로 하락하며 지난해 10월 3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4일에는 148엔대로 상승했지만 이전 대비 낮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일본의 소비자물가가 상승세로 전환하고 실질임금이 3개월 만에 감소하면서 BOJ가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올해 상·하반기에 각각 한 차례씩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엔화 강세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BOJ는 지난 1월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인상한 바 있다.

맥못추는 원화… “韓 경제 둔화 리스크 커졌다”
이처럼 유로와 엔화가 강세를 보이며 달러화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지만, 원화는 여전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 12월 계엄 직후 1400원을 넘어섰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50원대 후반으로 치솟았다. 지난 1일에는 1458.2원에 주간거래를 마감(오후 3시 30분 기준)하면서 1460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14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1453.8원에 마감하면서 1450원을 넘겼다.

그래픽=정서희

원화가 강세로 돌아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는 점이다. 정국 불안으로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원화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정책으로 우리나라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커진 점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작년(990억달러)보다 작은 75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국내 달러 공급을 위축시켜 원화 가치를 낮출 전망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약세는 국내 정국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 등 사태로 기업들의 신용 우려도 불거지면서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진 것이 원인”이라면서 “우선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하고, 이후 추경 등 경기부양책이 나와야 원화가 강세로 돌아설 계기가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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