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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민의힘 조지연,권영진,김정재,임종득,박준태 의원이 탄핵 각하를 촉구하며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거리의 정치’가 극심해지고 있다. 단식·삭발·삼보일배 등 과거의 극한 투쟁 방식도 재연되고 있다. 여야의 강성 발언이 헌법재판소 탄핵 선고에 대한 불복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권영진·김정재·임종득·박준태·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 각하를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헌재 앞 릴레이 시위는 엿새째다. 김정재 의원은 “헌재가 민주당의 일방 목소리만 듣는다면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종로구 광화문 인근까지 이동하는 ‘윤석열 파면 촉구 민주당 국회의원 도보 행진’을 진행했다. 닷새째다. 광화문에선 의원들이 릴레이 발언도 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민형배·박수현 의원 등 5인은 각각 여드레째, 엿새째 단식을 이어갔다.

전날도 여야는 거리 집회로 나갔다. 국민의힘은 보수 기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경북 구미역에서 개최한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에 집결했고, 민주당은 조국혁신당 등과 광화문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야5당 공동 비상시국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지난 14일 광화문 광장에서 헌재까지 삼보일배도 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 촉구 국회의원 도보행진을 하기 전 발언하고 있다. 뉴스1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조원진 전 의원 등 일부 의원만 거리로 나갔지만, 지금은 여야가 장외 여론전에 총력을 쏟는 모양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여론이 일방적이어서 정치인들까지 거리로 나설 이유가 적었다. 하지만 지금은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여론이 적지 않아 양쪽이 정치권까지 총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헌재가 여론을 의식한다는 소문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장외 정치가 각 진영의 탄핵 선고 불복 심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구미역 집회에서 “헌재가 이재명 민주당의 국정 마비 공범”이라며 “뻔한 것을 왜 결론 안 내리는가”라고 했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도 헌재 앞에서 “탄핵은 각하돼야 한다. 내란죄가 철회됐지만 국회 의결을 받지 않았다”며 “헌재가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심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도 “주말 100만 광화문 집회를 보고도 내일 모레 헌재 선고가 나오지 않는다면 국민 배신”(16일 민형배 의원 페이스북)이라는 발언이 나왔다.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연 15차 범시민 대행진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찬탄파와 반탄파로 쪼개진 광장의 현 상황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갤럽의 지난 11~13일 조사에서 헌재에 대한 신뢰 의견이 53%, 불신 의견이 38%으로 조사됐는데, 윤 대통령 탄핵 찬성자는 신뢰 76%·불신 17%로 신뢰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반대자는 신뢰 21%·불신 72%로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반면 검찰에 대해선 찬탄파는 신뢰 13%, 불신 82%였고 반탄파는 신뢰 46%, 불신 40%였다.

16일 정치권에선 승복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헌재 앞에서 폭력 사태로 4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폭력 사태는 막아야 한다”며 “승복은 항복이 아니라 극복과 회복의 시작”이라고 했다.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탄핵 찬반으로 갈라져 분노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헌재 심판 결과가 어떻게 나든 대한민국은 봉합되기 어렵다”며 “여야 지도부가 공동으로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고 썼다.

우려가 커지자 여야 지도부는 이를 의식한 듯한 발언이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공식 입장은 헌재 판단에 승복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헌재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헌법 수호 의지를 가진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응답했다.

신재민 기자
다만 헌재 선고에 여야가 실제 승복할 것인지 의심하는 시각은 여전하다. 권 원내대표는 “아직도 (탄핵) 선고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정치적 판단의 산물”이라며 오히려 불복 심리를 자극했다. 박 원내대표도 권 원내대표를 향해 “행동으로 하는지(약속을 지키는지) 지켜봐야겠다”라고만 했을 뿐, 극렬해지는 야당의 장외전에 대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사실상 정치적 내전에 가까운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탄핵 선고에 앞서 여야 공히 헌재 결론에 무조건 승복하겠다는 고백을 해야 그나마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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