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중인 임경수 고부보건지소장. 정읍시
연봉 4억원에 이르는 병원장직을 내려두고 보건소장으로 부임한 임경수 전북 정읍 고부보건지소장의 사연이 주목받고 있다.
임 소장은 한국 응급의료체계의 기틀을 닦았다고 평가받는 명의 중 한 사람이다. 그는 1994년 박윤형 전 순천향대학교 석좌교수와 함께 응급의료법 제정에 앞서 법 초안을 작성한 바 있다. 33년간 근무한 서울아산병원에서 퇴직하고 2022년 1월 정읍아산병원장으로 부임하며 정읍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임 소장이 마주한 정읍의 의료 현실은 말 그대로 참혹했다. 정읍의 면적은 서울의 1.2배에 이를 정도로 넓은데 인구가 10만명 수준에 불과해 병원이 몹시 부족하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다 보니 진료를 미루는 사람이 많다. 정읍의 장애인 발생률이 10%에 이르러 전국 평균치의 두 배에 이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마주한 임 소장은 지난해 9월 정읍아산병원장직을 사임하고 두 달 뒤인 11월 고부보건지소행을 택했다. 임 소장 정도의 경력이라면 연봉 4억~5억원은 족히 받을 수 있지만 월급이 300만원에도 못 미치는 공중보건의의 길을 택한 것이다. 가족과 친구 모두 말렸지만 그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임 소장은 매주 월~목요일 나흘간 정읍에 머무르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꼬박 진료를 본다. 틈틈이 고부면 내 마을 44곳을 돌며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 질환의 위험성을 알리는 특강도 한다. 농촌 지역민의 의료 지식을 높여 공중 보건 시스템을 개선하면 장애 발생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임 소장은 1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나만 바라보는 환자들을 두고 떠날 수 없어 연고도 없는 정읍에 눌러앉게 됐지만 공중보건의가 되면 사학연금도 끊기고 거주 환경도 나빠진다”라면서 정부가 이런 현실적 조건을 개선한다면 자신처럼 지방에서 봉사하는 시니어 의사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