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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극한 대치에 논의 뒷전 밀려
‘무제한 비과세’ 등 이견 분출 가능성
‘유산취득세’ 개편안도 처리 불투명

정치권의 ‘배우자 상속세 폐지’와 정부의 유산취득세 전환 방침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과 맞물려 ‘속도 조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여야는 현행 최대 30억원인 배우자 상속공제 대신 상속세를 아예 면제해 주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지만 법 개정 논의에서는 ‘네 탓 공방’을 이어가며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르면 이번 주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을 내릴 경우 결과가 어느 쪽이든 상속세 개편 논의가 표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정부의 유산취득세 개편안도 연내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16일 국회 등에 따르면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골자로 한 여야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앞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배우자 상속세 전면 폐지’ 제안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타당성이 있다”며 동의했지만 양당은 법 개정 논의를 위한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기재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민주당이 조세소위 개최를 외면하고 있다”고 했고, 야당 간사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배우자 상속세 폐지) 법안도 제출하지 않고 무슨 심의를 하자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둘러싼 여야 기싸움은 탄핵심판 선고 이후 새 국면을 맞을 공산이 크다. 탄핵 인용이든 기각이든 여야가 극한 대치에 들어가며 상속세 개정 논의가 표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재위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시작되든 윤 대통령이 복귀하든 여야 한쪽은 투쟁 국면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상속세 폐지 논의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속세 개정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배우자에 대한 ‘무제한 비과세’를 놓고 여야 이견이 분출될 수 있다. 현재는 배우자의 상속 재산이 5억원 미만이면 5억원까지 공제하고, 5억원 이상이면 법정상속분(민법상 상속 비율) 한도에서 30억원까지 공제한다. 여당은 배우자를 상속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권 비대위원장 대표 발의)을 추진하고 있다. 야당은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 따른 효과 등을 세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야당 관계자는 “큰 틀에서의 합의는 있었지만 세수 추계 등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배우자 상속세를 전면 폐지하면 상속세수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앞서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별세 후 배우자 홍라희 여사는 3조1000억원 규모의 천문학적 상속세를 신고한 바 있다. 대기업 오너가(家)를 중심으로 배우자 상속 규모에 따라 세수가 출렁일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배우자 비과세 관련) 상속세수 변화는 정확한 추계가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배우자 상속세 폐지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유산취득세 전환도 정국 변화에 휘말릴 수 있다. 정부는 오는 19일 유산취득세 개편안을 입법예고하고 다음 달 공청회 등을 거쳐 5월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하지만 야당의 ‘부자 감세’ 공세와 더불어 탄핵심판 선고 결과에 따라 연내 법안 처리까지는 난관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16일 “배우자 상속세 폐지 및 유산취득세 전환 모두 세제 합리화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며 “정치 상황과 별개로 사회적 중지를 모아야 하는 사안”이라고 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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