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막말’ 수위 높이며 여론전
야당도 단식·행진 등 장외 총력전“
수용 메시지로 극단 사태 막아야”
야당도 단식·행진 등 장외 총력전“
수용 메시지로 극단 사태 막아야”
광화문 가득 채운 ‘성난 민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15차 범시민 대행진 참가자들이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탄핵 찬반 단체가 곳곳서 집회를 벌였다. 성동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금주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야의 ‘거리 정치’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고 이후 극단적 충돌과 혼란을 막으려면 윤 대통령이 직접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달 초부터 16일 현재까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반대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김정재·권영진·박준태·조지연 의원이 참석했다. 김 의원은 “이번주가 중요한 고비”라며 “(헌재가) 마지막만큼은 국민 목소리를 담아 판단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대통령을 직무에 복귀시켜 개헌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탄핵 각하를 외쳤다.
나경원·윤상현·이만희·구자근·장동혁·강명구 의원 등은 전날 경북 구미시 구미역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이들 중 일부는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면 헌재는 가루가 될 것”(윤 의원), “헌재는 내란몰이만 믿고 날뛰다가 황소 발에 밟혀 죽는 ‘개구락지’ 신세”(장 의원), “목숨 걸고 싸우자”(강 의원) 등 과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도 장외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한 뒤 매일 도보 행진과 탄핵 찬성 집회에 나서고 있다. 전날 광화문 집회에는 당 소속 170명 의원 전원이 참석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도보 행진 뒤 국회에서 “사회적 불안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헌재가 이번주 내로, 가장 빠른 날에 선고를 하길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윤석열탄핵국회의원연대’ 소속 박수현·민형배·김준혁 민주당 의원은 윤종오 진보당 의원과 함께 6일째, 대선 주자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8일째 단식 중이다.
여야의 거리 정치는 이번주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고일이 잡힐 때까지) 현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릴레이 시위 등으로 헌재를 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파면하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6일 여의도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내란 수괴 윤석열 파면 촉구’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email protected]
국힘 의원들 “헌재, 황소 앞 개구리” 과격 발언까지
민주당 주말 광화문집회 170명 의원 전원 자리 지켜
선고 전 혼란상이 선고 뒤 극심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극렬 지지층의 ‘행동’을 부추기며 쌓인 불복 심리가 헌재 선고를 기점으로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19일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당시 벌어진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와 같은 극단적 행태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7년 3월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당시에도 혼란이 빚어져 헌재 앞에서 시민 4명이 사망했다.
극단적 충돌 사태를 막으려면 선고 전 윤 대통령의 승복 발표가 꼭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은 취임선서를 할 때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말한다”며 “정치적, 법적으로 윤 대통령이 승복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메시지를 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현재까지 직접적으로 승복 입장을 낸 적은 없다. 다만 윤 대통령 변호인인 석동현 변호사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나서서 극렬 지지층에 자제를 당부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여당 지도부는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하겠다며 장외 투쟁에는 선을 그었지만 헌재에 대한 불복과 공격을 부추기는 의원들의 선동은 방관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 교수는 “국민의힘은 탄핵 기각을 요구하는 극우세력에 대해 극단으로 가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며 “심판에 대해 수용하는 입장뿐 아니라, 이를 수용하지 않으려는 국민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탄핵심판 승복 진정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헌정질서에 따른 결정을 승복하지 않으면 어떡할 거냐’고 스치듯 얘기했는데 진정한 의사가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며 “여야 당대표 간 (함께) 승복 메시지를 내자”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헌재 판단을 존중하는 것은 헌법 수호 의지를 가진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이라며 “그러면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건지, 헌재 파괴를 주장한 의원들도 징계할 건지 (권 원내대표에게) 물어봐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