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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장관 닷새 전 "상황 파악 중"
미 에너지부, 한국 민감국가 등에 포함
외교부 "사안 엄중히 보고 긴밀 협의"
4년 전 中에 뒤통수 '요소수 사태' 흡사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현안 관련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재웅 대변인은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이미 한국이 민감국 목록에 올라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정된 것이 아닌지에 대한 질문에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리스트는 현재 최종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이제야 한미 양국 간에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 중인 것 같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6일 미국과의 '민감국가' 사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미 에너지부(DOE)가 앞서 1월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에 포함시킨 사실을 뒤늦게 파악해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미 정부 관계기관들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며 SCL 목록의 효력이 발생하는 다음 달 15일까지 적극 교섭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조태열 외교부 장관조차 닷새 전 국회에 출석해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며
늑장 대응을 시인한 상태다.

정부 고위소식통은 “DOE 내부 실무자 차원에서 검토된 문제라 다른 부서나 백악관이 (이번 사안에 대해) 몰랐던 것으로 안다”며 “이제야 미국도 부처 간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DOE가 한국을 SCL 리스트에 추가한 1월은 조 바이든 정부 말기로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의 권력 교체기였다. 특히 한국은 12·3 불법계엄에 따른 리더십 공백이 고조될 때다. 자연히 미 정부 내부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더구나 정부는 아직 '왜 한국이 리스트에 포함됐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한미 간 에너지·과학기술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적극 교섭해나갈 것"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는 상태다. 학계와 외교가에선 지난해부터
①국내 핵 잠재력 보유 주장이 확산하고 ②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 과정에서 미국과 갈등을 빚는
등 한미 양국의 마찰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가장 높은 수준의 확장억제를 제도화했는데, 그럼에도 한국에서 핵무장론이 나오니 한국을 민감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을 것
"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SCL 발효까지 앞으로 남은 한 달 동안 사태를 봉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체코 원전 수주과정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과 미 웨스팅하우스 사이에 지식재산권 갈등이 불거졌지만 이미 우리 측이 미국의 요구를 상당부분 받아들여 원만하게 해결했다. 따라서
당시 상황이 원인이라면 이번 사태도 충돌이 격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최근까지도 미국은 유럽 원전 수주전에서 우리 정부가 손을 떼라고 압박을 가했고, 우리 정부와 기업이 향후 폴란드를 포함한 유럽 원전 수주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는 등 미 측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우리 정부와 정보당국이 사전에 미 DOE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한 데 따른 책임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021년 10월 물류대란으로 치달은 중국 '요소수 사태'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더욱 뼈아프다
. 당시 중국 정부는 해관총서를 통해 요소 등 29개 화학비료 관련 품목 수출에 대한 검사 절차를 추가했는데, 우리 정부는 이를 모르고 있다가 경유 화물차에 필수로 첨가해야 하는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이어져 대혼란을 겪었다.

트럼프 정부가 우리 정부의 수정 요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발표한 관세 부과에 더해 향후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한국을 향한 압박 카드로 꺼내기에 앞서 반대급부로 민감국가 리스트를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시간을 끈다면 우리 정부는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무리 대통령 탄핵 정국이라 하더라도 미 정부 내 동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미 측에서) 어떠한 언질도 받지 못했다는 건 우리 외교라인의 총체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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