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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미국 ‘민감국가 지정’ 파문
바이든 정부 결정, 트럼프 정부 수정 없이 시행
한국 위상 타격…첨단기술 협력 제한 불가피
2023년 4월26일(현지시각)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원자력과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협력이 제한될 수 있는 ‘민감국가’ 명단에 한국을 추가했다고 공식 확인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데는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 보수진영에 확산된 ‘핵무장론’과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에너지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각) “에너지부는 광범위한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전 정부(바이든 행정부)가 2025년 1월 초 한국을 이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인 ‘기타 지정 국가'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정보기구인 정보방첩국이 지정하고 관리하는 민감국가는 단계에 따라 ‘기타 지정국가(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 ‘위험국가(중국·러시아 등)’ ‘테러지원 국가’(북한, 시리아, 이란 등)로 구분되는데 한국이 여기에 포함된 것은 처음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어떤 이유로 한국을 명단에 추가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바이든 행정부 말기인 1월초에 이번 조처가 결정되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에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했다고 15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2023년 1월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이후 한국 내 핵무장론을 계속 주시해왔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구성해 북핵 위협에 함께 대응하기로 하고 소형모듈원자로 협력도 추진하면서 한국이 비핵화 원칙을 준수하도록 했다.

하지만 2024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한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할 것’이라며 보수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핵무장론, 핵자강론 목소리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런 가운데 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이에 대한 실망감과 한국의 국내 정치 불안에 대한 우려가 민감국가 지정의 ‘방아쇠’를 당기게 한것으로 보인다.

군비통제협회의 대릴 킴볼 사무총장은 ‘로이터’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 정치인들의) 도발적인 발언들을 고려하면 한국은 핵확산 위험이 있고, (이에 따라) 에너지부는 신중하게 한국을 명단에 올렸다”며 “한국을 핵확산 민감국가로 올리게 되면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우라늄 농축이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승인을 받을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게 된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정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도 이를 뒤집지 않고 시행하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조처로 한미 원자력·첨단기술 협력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부 대변인은 “목록에 포함됐다고 해서 반드시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정국 가운데는 에너지, 과학, 기술, 테러방지, 비확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기적으로 협력하는 국가들도 포함돼 있다”며 한국의 우려를 달래려 했다.

하지만 테러지원국이자 불법 핵무기 개발국인 북한과 한국이 민감국가로서 유사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은 한미동맹과 한국의 위상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약한 단계의 제약이 시작된 것도 심각한 문제다. 동맹을 명단에 넣었다는 것 자체가 한국에는 큰 여파를 미칠 것”이라고 짚었다. 위 의원은 “미국 정보당국이 수개월 동안 검토해서 취한 조치라서 되돌리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도 민감국가 지정에 따른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민감국가 출신 연구자들은 미 에너지부 소속 연구소와 연구 프로그램, 정보에 접근하려면 특별 승인을 받아야 하고 “방문과 협력은 사전에 내부 검토를 거친다”고 규정되어 있다. 미국 국립연구소의 한 연구자는 “개인 목적이든 출장이든 한국에 갈 때는 연구소에 사전 보고를 해야 하고 컴퓨터 등도 가져갈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학회에 미국 국립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은 참여가 어려워진다”며 “한미간 정부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는 과제들이 계속될 수 있을지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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