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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사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신인 의무를 다해야 한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최 대행이 과거 이런 취지의 입장을 공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당시 최 대행은 이번 상법 개정에 담긴 ‘이사의 충실의무’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도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대행의 이런 입장은 지난 2021년 출간된 ‘경제정책 어젠다 2022’란 책에 담겨 있다. 이 책은 김낙회(전 관세청장)·변양호(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임종룡(전 금융위원장)·이석준(전 국무조정실장) 등 경제부처 퇴직자들이 공동 저술한 정책서다. 당시 농협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최 대행은 이 책의 4장(‘공정―기업 지배구조 혁신과 공정한 경제’)을 집필했다.

최 대행은 ‘경영자 통제’를 기업 지배구조 개혁의 주요 과제로 꼽으며,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기관투자자의 견제 역할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특히 이사의 역할과 관련해 “지배주주 또는 비지배주주가 선임한 이사라 하더라도 선임해준 주주 그룹의 지시를 따르거나 이익을 대변해서는 안 된다. 이사는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신인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최 대행은 썼다. 그는 이어 “선관주의 의무와 충실 의무를 위반한 이사뿐 아니라 이를 지시한 지배주주나 비지배주주에게도 보다 효과적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상법상 업무집행 관여자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이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개정 상법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있는 견해다.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에만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최 대행이 강조한 이사의 신인 의무는 충실 의무 뿐만 아니라 선관주의 의무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충실 의무는 소수주주에 대한 차별적 의사 결정이나 지배주주의 이해충돌 방지를 막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뜻하는 선관주의 의무는 투자 등 보다 폭넓은 의사 결정에 대한 이사의 책임을 다룬다.

최 대행은 주주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임직원 등의 이해를 두루 고려해야 할 책임이 이사에 있다는 시각도 내비쳤다. 그는 “이사회는 주주 또는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담는 연결점으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다”며 “이사회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 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함께 추구하려면 독립성을 넘어 전문성과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썼다.

이런 까닭에 관가와 금융투자업계에선 최 대행이 상법 개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발동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재의요구권 발동 여부는 상법 소관부처인 법무부 의견이 중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최 대행이 2021년 발간된 책에 담은 소신을 이번에 유지할지 꺾을지도 관심”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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