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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토허제 재지정' 카드 검토나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 3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송파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이후 한 달 만에 잠실ㆍ삼성ㆍ대치ㆍ청담동 일대 아파트 거래량이 72%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매매가도 27억2000만원에서 28억2000만원으로 3.7%(1억원)가량 상승했다. 강남구 대치동 주요 단지의 경우 실거래가가 최대 7억가량 급등하며 신고가를 경신한 곳도 있다. 시는 토허제 해제의 영향이 미미하다고 이제껏 발표해왔지만, 규제 해제가 사실상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토허제 해제의 부작용이 커지면서,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등에 대한 검토에 나섰다.



토허제 해제 한 달, 거래량 대폭 늘었다
서울시는 16일 이런 내용의 부동산 실거래 현황을 공개했다. 지난달 13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이른바 ‘잠ㆍ삼ㆍ대ㆍ청’ 일대 아파트 실거래 가격을 전수 조사했다. 아파트 거래량은 급증했다. 토허제 해제 전 30일 동안 107건이 거래됐다면, 해제 후 30일간 거래량은 184건으로 72%가량 늘었다. 가격도 오름세다. 평균 매매가는 1억원(3.7%)가량 올랐고, 국민 평형(전용 84㎡) 기준으로도 7000만원(2.7%)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1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잠실 아파트단지 매물이 걸려있다. 뉴스1
서울시는 토허제 해제 이후 ”호가만 올랐을 뿐 실제 영향은 없다“며 가격 상승 우려에 강경 대응해왔다. 지난달 28일 설명자료를 배포하며 “2월 잠ㆍ삼ㆍ대ㆍ청 거래량은 지난해 1년 월평균 거래량보다 적고, 매도자의 기대심리가 반영된 호가만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 9일에도 “토허제 해제 전ㆍ후 22일간의 실거래 자료를 비교해보니 아파트 거래량은 해제 전 78건에서 해제 후 87건으로 9건 증가했고, 가격 상승률도 미비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6일 뒤인 지난 15일 기준으로 토허제 해제 이후 거래량은 184건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시는 “신고량이 늘어나면서 전ㆍ후 거래량도 증가했다”고 해명했다.

시가 신뢰성이 부족한 자료를 근거로 성급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거래 신고 기간은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라 3월 13일 거래가 4월 13일에 공개될 수 있는데 시가 영향이 미비하다는 것만 강조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해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부동산 시장 혼란 부추겼나
토허제 해제 후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강남구 대치동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래미안대치팰리스 94㎡(5층)는 지난 8일 45억원에 거래돼, 직전 거래(39억원)보다 6억원가량 올랐다. 롯데캐슬 105㎡도 지난 5일 24억9000만원에 직전 거래(18억1000만원)보다 6억8000만원 급등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6일 30억원에 거래돼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에서 해제된 지 이틀만인 지난달 14일 28억8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된 후 열흘 만에 1억2000만원 더 올랐다.

김영옥 기자
서울시는 토허제 해제 후폭풍에 난감해하고 있다. 토허제 지정 5년이 지남에 따라 효과가 떨어지고 재산권 침해가 크다는 연구용역 등에 따라 해제 관련 준비를 지난해부터 해왔던 터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와 주택담보대출 완화 등과 맞물리면서 해제 시기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시와 정부는 지난 7일부터 허위 매물이나 가격 담합 등 불법행위 합동단속에 나서며 진화에 애쓰고 있다. 서울시는 토허제 재지정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집값 상승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과도하면 다시 규제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 해제 후 최근 동향을 보면 가격이 오른 사례도 있으나 하락한 사례도 확인됐다”며 “부동산 실거래 동향과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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