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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연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즉각 파면을 촉구하며 종로3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윤석열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할 헌법재판소 선고가 늦어지며 이런저런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헌법학계에서는 최근 헌재가 먼저 내놓은 다른 사건 결정문을 찬찬히 읽어보라고 권한다. 헌법재판관 8명 의중과 이미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들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① 헌법질서에 역행하려는 적극적 의사

헌재는 13일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을 재판관 8명 전원 일치로 기각하며 “일부 직무집행 행위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으나, 법질서를 무시하거나 이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도로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위헌·위법 행위의 고의성이 크지 않은 만큼 파면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탄핵심판에서 ‘적극적 의도’, 즉 고의성에 대한 판단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제시된 판례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주도한 탄핵소추 근거는 대통령 기자회견 발언(여당 지지)과 이후 청와대 홍보수석 입장 발표(중앙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결정에 유감 표명)였다.

헌재는 ‘법 위반의 중대성 판단’을 하며 “대통령의 구체적인 법 위반 행위에 있어서 헌법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평가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이 현행 선거법을 ‘관권선거시대의 유물’로 폄하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현행법에 대한 적극적인 위반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하여 소극적·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법 위반 행위이다. 물론, 이러한 발언이 결과적으로 현행법에 대한 경시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에 위반했다는 비난을 면할 길이 없으나, 위의 발언이 행해진 구체적인 상황을 전반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다거나 법치국가원리를 근본적으로 문제 삼는 중대한 위반행위라 할 수 없다.”(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 결정문)

헌법연구관을 지낸 이황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재해 감사원장 결정문에 담긴 “법질서에 역행하려는 적극적 의도”는 노무현 대통령 결정문의 “헌법질서에 역행하려는 적극적 의사”에 기초해 나온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주의나 과실 등으로 위헌·위법한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이를 무조건 파면 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국회의 위임에 따라 선한 의도로 만든 대통령령이 결과적으로 위헌 판단을 받는다고 해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했다. 반면 윤 대통령의 경우에는 고의성이 뚜렷하다. 이 교수는 “윤 대통령 탄핵 여부를 평의 중인 재판관들이 ‘적극적 의사’ 파면 기준을 감사원장 탄핵심판 결정에 먼저 포함시킨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위헌·위법 행위인 것을 알면서도 이를 밀고 나가는 적극적 의사와 고의성이 있어야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는데,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 △12·12 대국민 담화 △헌재 탄핵심판 변론 등에서 계엄 선포와 국회·중앙선관위 군병력 투입 등 반복적인 위헌·위법 행위에 본인의 적극적 의사와 지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이 이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로 판단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을 피할 수 없게 된다.

② 국회 탄핵소추권 남용 아니다

헌재가 13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탄핵소추를 재판관 8명 전원 일치로 기각하자,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야당의 탄핵 남발에 경종을 울렸다”고 주장했다. 헌재 결정문은 그와는 반대였다. 헌재는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에서 필요한 법정 절차가 준수되고 피소추자의 헌법 내지 법률 위반 행위가 일정한 수준 이상 소명되었다. 이 사건 탄핵소추 주요 목적은 헌법 위반 등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하고 동종의 위반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설령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탄핵소추권이 남용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탄핵 기각 결정문)

야당이 주도한 탄핵소추가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 주장처럼 아무 근거 없는 정치 공세가 아니며, 일부 그런 성격이 있더라도 위법을 의심할 만한 행위가 있었고 필요한 국회 절차를 밟았기 때문에 ‘탄핵 남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헌재 판단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직접 연결돼 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의회독재를 하는 거대야당의 줄탄핵’을 12·3 비상계엄 선포 주요 근거로 든다. 특히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담화에서 검사 탄핵소추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야당이 탄핵을 남발해 국정 마비·국가 위기상황을 초래했고, 이를 계엄으로 바로잡으려 했다는 주장이다. 헌재 변론에서도 탄핵 기각을 요구하는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헌재가 이를 어떻게 판단할지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이창수 결정문에 담긴 셈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광화문 농성장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도보행진을 시작하기에 앞서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email protected]

③ 선거관리에 대통령 영향력 차단은 헌법적 결단

헌재는 지난달 27일 감사원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무감찰은 선관위 독립성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재판관 8명 전원 일치로 권한 침해를 인정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중앙선관위에 대한 대통령 또는 행정부의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헌법적 결단이라고 판단했다. “독립적‧중립적 선거관리라는 헌법적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외부 권력기관, 특히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의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함께 중앙선관위 장악을 지시했다. 국군정보사령부 산하 특수부대인 에이치아이디(HID) 요원 등이 투입됐고, 현직 대법관인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에 대한 체포 계획까지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헌재에서 “전산시스템 스크린 차원에서 중앙선관위에 병력을 보냈다”고 발뺌했는데, 이런 주장조차도 헌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위헌 행위라는 것이 헌재의 중앙선관위 권한침해 결정문에 반영된 셈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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