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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해 역대 최장 숙의를 거듭하는 가운데 선고일이 안갯속에 빠지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갖가지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16일 기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지난해 12월 14일 소추 후 93일째로 종전 최장 기록인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기간(91일)을 넘겨 연일 기록을 경신하는 중이다. 지난달 25일 변론종결 이후 최종 결론을 내는 재판관 평의만 4주차에 돌입했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하차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관 약속 23일 뒤로 밀었다더라” 야권의 추측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과 일부 법조계는 “이번 주 선고”를 예상하고 있다. 3월 초·중순이라는 당초 전망은 빗나가긴 했지만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를 최우선하겠다”는 입장을 가져온 만큼 최대한 빠르게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주에 할 경우 통상 2~3일 전 기일을 지정해온 관례에 비춰 19~21일 중 선고가 유력하다. 18일에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심판 변론이 예정돼있다.

여기에는 또 다른 ‘풍문’도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야권 및 법조계에 모두 정통한 한 관계자는 ‘A재판관의 약속 취소’ 전언을 근거로 “선고가 다음 주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A재판관이 윤 대통령 구속취소(지난 7일) 직후인 지난 주말(8~9일)쯤 한 지인에게 13일로 예정된 선약을 취소하며 “23일(일요일) 뒤에 보자”고 연기하더라고 전해 들었다는 게 근거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내란 수괴 윤석열 파면 촉구를 외치며 광화문으로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윤 대통령 구속취소가 변수가 되긴 했지만 일단 한 주 정도만 연기한 셈”이라며 “23일 전인 이번 주 내에 선고가 날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A재판관의 발언은 확인되지 않았고,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이후 약속을 추가 연기할 가능성 등이 남아있으므로 선고일과 바로 연결하긴 어렵다.



“마은혁 기다리느라 장고, 4월 초 가능성“ 여권의 추측
반면 여권 및 법조계 일각에선 선고 날짜를 더 멀찍이 바라본다. 강성 보수진영은 탄핵심판 초기부터 “5(인용) 대 3(기각) 기각”을 주장해왔는데, “실제 기각될 가능성이 가시화하자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인용 표를 늘려줄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다. 탄핵심판은 6명 이상 인용해야 파면된다.

여기에도 추측이 배경으로 작용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강성 친명계가 줄곧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탄핵까지 거론하며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압박하는 것 자체가 현 8인 체제에선 인용이 불투명하다는 방증이란 해석이다. 보수진영에 영향력 있는 한 변호사는 “5대3 주장을 처음엔 무시하더니, 민주당이 이제야 실체를 알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윤재옥,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또 이재명 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가 오는 26일로 예정된 것 역시 변수로 꼽는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은 이재명 2심 선고 후에 내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이 경우 윤 대통령 선고는 4월 초에 이뤄질 것”(국민의힘 관계자)이라고 했다.



“이견 있어 보이지만…구체적 평의 내용 누구도 몰라”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을 경찰이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고 통제하고 있다. 뉴스1
다만 여권의 추측도 야권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근거는 없다. 재판관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철통 보안이 이뤄지면서 “평의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형식 재판관이 지난 8일 아들 결혼식 불참을 고민했다는 전언까지 회자할 정도로 재판관 스스로도 처신에 신경 쓰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현재로선 재판관 간에 크든 작든 어떠한 이견이 존재한다는 정도가 합리적 추론의 영역”이라며 “구체적인 평의 내용은 누구도 확인할 수 없다. 특히 요즘같이 민감한 시기엔 재판관이 가족에게조차 말을 가려야 하고, 그렇게 지키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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