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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민생 20대 의제’에 ‘마트 일요일 의무 휴업’ 포함
중소상인들 “일요일에 마트 오는 손님들이 우리 가게도 온다”
서울신용보증재단 실증 조사도 같은 결과

서울 중구 서울역에 있는 롯데마트로 고객이 들어가고 있다. 매주 일요일에 정상 영업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관래 기자

서울 일부 자치구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꾼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일요일 의무 휴업’으로 원상복구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대형마트 평일 의무 휴업이 시행된 지역의 전통시장 상인들과 일반 자영업자들은 “손님들이 일요일에 대형마트에 나오는 김에 우리 가게도 찾는다. 대형마트 평일 의무 휴업이 우리에겐 더 좋다”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 대형마트 의무 휴업 공휴일로 제한하는 방안 추진
민주당은 지난 12일 민생연석회의에서 민생분야 20대 의제를 발표했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평일이 아닌 공휴일로 제한하겠다는 내용도 여기에 포함됐다.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면서 2012년부터 한 달에 두 번씩 의무적으로 문을 닫고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공휴일(일요일)을 의무 휴업일로 정하고 있다. 공휴일에 대형마트가 문을 닫고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도록 해 상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였다.

공휴일 의무 휴업은 서울에도 시행됐다. 그런데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동대문구·중구는 작년부터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바꿨다. 이어 관악구가 올해 2월부터 평일 의무 휴업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이들 4개 자치구의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은 매월 둘째·넷째 주 수요일에 휴업하고 있다. 만약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 휴업이 현실화 된다면 이들 지역의 대형마트도 다시 일요일에 문을 닫아야 한다.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내부. 이곳은 롯데마트 청량리점에서 800m쯤 떨어져 있다. /김관래 기자

전통시장·자영업자 “마트 평일 휴업이 매출에 도움돼”… 실증 조사도 나와
이에 대해 조선비즈가 지난 14일 만난 서초구·동대문구·중구 시민들과 전통시장 상인, 마트 주변 자영업자들은 “대형마트가 평일에 쉬는 게 더 낫다”며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 롯데마트 서초점에서 만난 강형규(59)씨는 “서초에 30년 넘게 살면서 일요일 휴무와 수요일 휴무를 모두 경험해 봤는데, 수요일 휴무가 훨씬 낫다”면서 “일요일에 문을 닫는 주에는 금요일과 토요일에 사람들이 마트에 너무 몰렸다”고 했다. 일요일에 대형마트가 쉰다고 그날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이나 일반 자영업자에게 물건을 사러 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중구에 있는 롯데마트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서 만난 60대 여성 나모씨는 “보통 평일은 바빠서 주말에 장을 보러 와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대형마트가) 평일에 쉬는 게 훨씬 좋다”고 했다. 일요일에 마트를 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공휴일 의무 휴업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다.

롯데마트 서초점 인근 자영업자들 의견도 비슷했다. 중식당을 운영 중인 장형기(53)씨는 “예전에는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문을 닫는 게 상생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별 효과가 없었던 것 같다”며 “오히려 롯데마트가 수요일에 쉬면 주말에 마트 방문객들이 우리 가게를 찾아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초밥집을 운영 중인 최모(51)씨는 “이 동네는 전통시장이 없어서 (만약 일요일에) 대형마트를 닫으면 소비가 그냥 죽어버린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일요일에 마트에 오는 기회에 인근 상권에서 다른 소비도 하는 생활 패턴을 소상공인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그래픽=손민균

상인들의 이야기와 같은 맥락의 실증 조사 결과도 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서초구·동대문구의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이 평일로 바뀐 뒤인 작년 2~4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 상권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서초구의 대형마트 반경 1㎞ 이내 상권 매출액은 2023년보다 9.7% 늘었다. 같은 기간 동대문구 대형마트 인근 상권 매출액은 24.4% 늘었고, 전통시장 매출액도 22.3% 늘었다.

정상근 동대문구 상인회장은 “대형마트가 공휴일에 문을 여니 마트를 찾는 손님들이 시장도 방문하면서 동대문구 전통시장은 오히려 활성화됐다”며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문을 닫으면 전통시장 상권이 보호된다는 단순한 논리는 이제 그만 내세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을 일요일로 제한하면 전통시장이 아닌 인터넷 쇼핑이 활성화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변준경(35)씨는 “집 주변에 망원시장과 홈플러스가 있는데, 홈플러스가 쉬는 날에도 시장은 가지 않고 당일 배송이 되는 인터넷 쇼핑몰을 쓴다”고 했다. 롯데마트 서초점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임모(42)씨는 “(대형마트 의무 휴업을 일요일로 제한하는 것은) 쿠팡 물류센터만 더 지어주려는 정책 같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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