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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미래전략실장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미래전략실장


지난 1월 미국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 참석했던 한 동료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동료는 CES에 등장한 기업이나 제품을 통해 인공지능(AI)이 이미 우리 현실 속에 깊게 파고들었음을 느꼈다는 소회를 밝혔다. 한 해 전 열린 CES 2024에서 AI가 모든 산업에 적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면, 단 1년 만에 각종 산업 영역에서 AI 활용이 기본이 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리고 CES 2025 이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중국의 한 벤처기업이 내놓은 AI 기술로 전 세계가 술렁거렸다. 바로 ‘딥시크’였다. 2022년 말 오픈AI가 챗GPT를 공개한 이후 세계 AI 패권을 주도해 오던 미국은 중국의 한 기업이 내민 도전장에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비록 그 성능이 미국 AI 기술을 완전히 앞선 것은 아니지만, 훨씬 적은 비용과 인력으로 비슷한 성능의 모델을 개발한 것에 대해 전 세계가 놀랐다.

이는 한국 과학기술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달 중순 참석했던 한 연구·개발(R&D) 관련 콘퍼런스에서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R&D 예산과 사업을 주관하는 부처의 주요 인사들이 모두 중국에서 자체 개발한 딥 시크를 기조 발언 중에 언급했다. 딥 시크는 후발주자가 보여준 기술 혁신의 사례였기 때문이다. 또 한국 R&D 예산 29조6000억 원의 주요 투자 영역 중 하나가 AI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중국의 역량은 AI를 국가 산업으로 공식화하고 제조업과 연계해 전략 목표를 세운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배양되기 시작됐다. 당시부터 계속 투입한 재원과 인적 자원이 성과로 나타난 것이다. 중국의 R&D 예산은 지속해서 늘어나 지난해 세계 2위에 해당하는 700조원을 돌파했는데, 이 가운데 많은 부분이 AI에 투입된다.

또한 활동 중인 전 세계 AI 개발자의 절반 정도가 중국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생성형 AI 분야의 지식재산권은 대부분 중국 업체들이 휩쓸고 있다. 현재 중국의 AI 시장은 글로벌 2위로 2020년 이후 성장률이 26.8%에 달한다. 제조업은 물론 농업, 의료, 금융 등으로 AI 응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에서 매년 공학 엔지니어 150만명이 배출되고 있는 것은 특히 주목할 대목이다. 중국에서는 컴퓨터공학과 등 이공계 학과의 인기가 여전히 높다고 한다. 반면 수년 전부터 국내 언론에는 서울대 등 주요 이공계 대학원에서 모집인원 미달이 발생하고 있다는 기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미래 먹거리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양자, 수소, 배터리 등 첨단 기술산업의 창업을 돕기 위해 중국 정부 차원에서 200조원 규모의 펀드를 마련한다고 한다. 이러한 과학기술 분야 거대 투자와 ‘인해전술’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 각계와 국가 차원의 총체적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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