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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연구진, CNN으로 산불 감지 기술 고안
탐지율 93%…위성 센서 이용 기존 기술 보완
의료용 촬영사진서 폐렴 판별 등에 이미 활용
작은 산불에 조기 대응 가능…피해 확산 방지
지난해 7월 브라질 아마조나스주에서 발생한 산불을 항공 촬영한 사진. 아마존 밀림이 연기를 뿜으며 타들어가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 “여기에 방어 진지 준비해! 당장!” 미국 애리조나주 산불 진화 작전에 투입된 스타인브링크 소방대장(제프 브리지스 분)이 대원들에게 다급하게 소리친다. 갑자기 방향을 바꾼 강풍을 타고 초대형 산불이 자신과 대원들에게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대장과 대원을 포함해 총 19명인 이들은 산불 열기를 막을 얇은 금속 재질의 개인 특수 침낭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서둘러 뒤집어쓴다. 그 상태로 동그란 대형을 만든 뒤 지면에 바짝 엎드린 이들은 기도하는 심정으로 산불을 견디기로 한다.

하지만 결과는 전원 사망이었다. 산불 규모와 기세가 특수 침낭까지 태울 정도로 엄청났기 때문이다. 2018년 개봉한 미국 영화 <온리 더 브레이브> 마지막 장면이다. 이 영화는 2013년 6월 미국 애리조나주 ‘야넬 힐 산불’에서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산불은 건물 내 화재와 달리 넓은 땅을 타고 확산한다. 어디로 번질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작은 산불을 빠르게 찾아내 큰 산불이 되기 전에 진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소방 대책이다. 아마존 밀림의 60%를 끼고 있는 브라질에서 최근 그렇게 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여기에는 특별한 인공지능(AI)이 활용됐다.

산불 탐지율 93% 달성

브라질 아마조나스연방대 연구진은 최근 산불을 정확하게 잡아내도록 고안된 알고리즘(특정 문제 해결을 위한 컴퓨터 명령어의 집합)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리모트 센싱’에 실렸다.

연구진은 이번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 AI의 한 부류인 ‘합성곱 신경망(CNN)’을 활용했다. CNN은 시각적인 데이터, 즉 사진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데 특화됐다. CNN은 이미 일상 곳곳에서 일부 활용되고 있다. 병원에서 흉부 엑스선 촬영 사진을 판독해 폐렴을 잡아내거나 기상예보기관에서 초미세먼지 분포 사진을 보고 향후 농도 변화를 예측하는 일 등에 쓰인다. 연구진은 CNN의 활용 영역을 숲으로 확장한 것이다.

연구진은 고도 약 700㎞를 도는 미국의 지구관측위성 랜드샛8·9호가 찍은 사진을 CNN 교육 자료로 썼다. 산불이 포함된 200개 사진과 산불이 포함되지 않은 또 다른 사진 200개를 CNN에 입력했다.

사진은 모두 적외선, 즉 열기를 감지해 찍은 것이었다. 산불 때문에 지표면이 뜨거워진 사진만을 정확하게 골라내도록 CNN을 반복 숙달시킨 것이다. 교육을 마치고 실시한 판독 시험 결과는 놀라웠다. 연구진은 “산불을 93% 정확도로 잡아냈다”고 밝혔다. 발생한 산불을 거의 놓치지 않고 귀신같이 찾아낸 것이다.

자동차 개조해 성능 높인 격

이 기술이 개발된 데에는 사실 다급한 이유가 있다. 아마존 밀림의 산불 피해 규모가 갑자기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마존 밀림에서는 17만8800㎢(서울 면적 약 295배)가 잿더미로 변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무려 42% 늘어난 수치다. 토지 개간 등 인간 활동의 영향과 기후변화가 겹친 결과다.

피해 면적이 급증했다는 것은 기존 방식의 산불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현존하는 최첨단 산불 감지 기술은 인공위성에 장착된 적외선 감지기로 산불을 포착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테라 위성(1999년 발사)과 아쿠아 위성(2002년)에 장착된 ‘중간 해상도 영상 분광계(MODIS)’가 그런 역할을 한다.

그런데 MODIS는 가로와 세로 길이 0.25~1㎞를 점 하나로 인식해 촬영한다. 해상도가 높지 않다. 이러다보니 작은 규모의 초기 산불을 포착하기가 어렵다. 해상도가 낮은 구형 디지털 카메라로 서류를 찍으면 작은 글자가 잘 안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2019년 미국 매사추세츠 앰허스트대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MODIS 감지율은 산불 규모와 지상 환경에 따라 10%대까지도 하락했다.

연구진은 CNN을 MODIS에 덧붙여 산불 감지 능력을 100%에 가깝게 끌어올린 것이다. 비유하자면 평범한 중형 세단을 튜닝해 스포츠카 수준의 주행 능력을 보이도록 만든 셈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CNN을 활용한 AI 기술이 활용될 장소는 아마존 밀림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정밀한 산불 탐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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