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아침마다 학교 대신 PC방 출근 도장 찍는 의대 신입생 사례도
"돌아가고 싶은 학생 있다" vs "현재로서는 복학 의사 없다"
"학생들 희생 부추기는 선배 의사들 비겁" 의료계 내부 일침도


정부, 의대생 전원 복귀 전제로 의대정원 동결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오진송 권지현 기자 = "25학번 의대 신입생 얘기를 들어보니 부모님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학교에 가라 하고 선배들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학교에 오지 말라 해서 아침에 PC방으로 출근한답니다."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과 관계자가 최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의사 수 추계 논문 공모 발표회에서 언급한 사례다.

이 관계자는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도 주변의 여러 사정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의대생과 학부모님 전화가 교육부로 많이 온다"며 현장에 있던 의대 교수 등을 향해 "이제 학교로 돌아와 학업을 이어가길 희망하는 학생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했다.

장기화한 의정 갈등 속에 의대생들이 학교 밖을 맴도는 신세가 됐다. 정부의 의대 증원 등 정책에 반대하는 강경한 목소리가 여전히 큰 건 사실이지만, 이제는 돌아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대생들도 적지 않다.

의료계 안에서는 의대생이 의정 갈등의 '볼모'가 돼 버렸다며 이제 선배들이 나서서 후배들이 돌아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의대생들 돌아올까?'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서울 종로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깃발이 놓여 있다. 2025.3.10 [email protected]


"돌아가고 싶다는 학생 존재하지만…복귀로 이어질진 미지수"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주요 의대들은 교수와 학생의 일대일 면담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복귀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의대생의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천58명'으로 동결하겠다고 밝히고, 각 의대에서도 적극적으로 설득하면서 복귀를 고민하는 의대생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복귀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 상황이다.

일부 의대생들이 복귀를 고민하더라도 실제 얼마나 돌아올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의대생마저도 '혼자 복귀해도 될지'를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해서다.

의료계에선 의대생들의 복귀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일부라고는 하지만 선배들이 의대생들의 복귀를 막는 일이 엄연히 존재했고, 최근에는 복귀한 학생을 두고 "더 이상 동료로 간주하지 않는다"며 공개 비판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휴학 중인 의대생 A씨는 "(선배·동기 눈치 때문에 복귀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전혀 없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며 "설령 눈치를 주지 않더라도 눈치를 보게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복귀를 고민하는 의대생도 선뜻 결정을 못하고 있다.

서울시내 한 의대 교수 B씨는 "복귀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분명히 있는데, 아무래도 강경한 학생들이 외부에 주로 노출되다 보니 이들이 과소 추정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복귀를 고민하는 학생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하긴 어렵다"고 했다.

의대증원 원점, 의대생들 복귀 여부는?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의대생 '강경' 태세 여전…"의대생 '볼모' 잡으면 안 돼" 목소리도 커져
일부 의대생들이 복귀를 고민하긴 하지만 대다수는 복학할 의사가 거의 없어 보인다는 게 의료계 내부 판단이다. 상당수 의대생은 유급을 각오한 채 투쟁을 이어가려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사직 전공의 C씨는 "주변에 복귀하겠다는 의대생은 극소수이고, 지금 의사 커뮤니티만 봐도 전공의보다는 의대생들이 훨씬 강경하다"며 "예비 의사로서 장기간 몸담아야 하는 의료시스템을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해 당장의 1∼2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의대생 A씨는 "상황이 좋아지면 복학하고 싶지만 현재는 복학 의사가 크지 않다"며 "정부가 내놨던 정책과 의사 결정 방식이 불합리하다는 생각과 그렇다고 의대생 위주의 희생은 원치 않는 마음이 공존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학생 신분인 의대생들의 희생이 커지고 있다는 데에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견이 없다.

아직 면허도 없는 젊은 학생들을 선봉에 내세운 게 아니냐는 자성과 함께 젊은 의사 '선배'인 전공의들이 나서서 의대생들의 복귀를 독려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지역의사회 간부 D씨는 "선배 전공의들이 '우리는 면허도 있지만 너희들은 면허도 없고 앞으로 이 생활이 2∼3년 계속된다면 결국 너희가 피해자가 된다. 그러니 너희들은 들어가라. 뒤는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말해주는 그런 마음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고 했다.

강희경 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세상에 어느 전문가 그룹이 자신의 젊은 동료이자 후배인 학생을 볼모로 기성세대가 바라는 것을 이루려고 하느냐"며 "학생들의 희생을 부추기는 선배 의사들, 참 비겁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지금은 '나서줘 고마웠다, 여러분이 사회에 나올 즈음에는 상황이 더 나아져 있도록 선배들이 최선을 다할 테니 학생들은 이제 학업으로 돌아가라' 이렇게 말해야 할 때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도 "아무도 여러분의 미래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게 무엇인지 잘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053 ‘굿데이’ 제작진, “김수현 분량 최대한 편집…개별 녹음과정 방송 않을 것” 랭크뉴스 2025.03.17
45052 인천공항서 쓰러진 베트남 임신부, 결국 구급차 분만 랭크뉴스 2025.03.17
45051 권영세 “친중반미 이재명이 유력 대권 후보라 민감국가 지정” 랭크뉴스 2025.03.17
45050 뉴욕 거리에서 행인에게 액체 뿌리고 방화…얼굴과 팔 등에 화상 랭크뉴스 2025.03.17
45049 홍준표 “탄핵 결정도 안 났는데 이재명 띄우기 기승” 랭크뉴스 2025.03.17
45048 한화오션, 2.3조원 규모 컨테이너선 6대 수주...'역대 최고가' 랭크뉴스 2025.03.17
45047 정부, ‘민감국가’ 대응 논의…“한미협력 영향 없도록 적극 설명” 랭크뉴스 2025.03.17
45046 스웨덴 연구소 "한국 독재화 진행 중" 진단‥민주주의도 작년보다 한 단계 후퇴 랭크뉴스 2025.03.17
45045 이재명,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 증인 불출석…신고서 제출 랭크뉴스 2025.03.17
45044 '민감국가' 지정에 이재명 탓한 권영세 "'친중반미' 국정장악 때문" 랭크뉴스 2025.03.17
45043 MBK “김병주 회장 사재 출연, 소상공인 결제대금 지원할 것” 랭크뉴스 2025.03.17
45042 경찰 "이재명 살해협박 관련 첩보수집 강화… 신변보호도 협의 중" 랭크뉴스 2025.03.17
45041 100만 원 상품권 돌렸다 퇴진 위기‥일본 흔드는 '이시바 스캔들' [World Now] 랭크뉴스 2025.03.17
45040 '심우정 항소장' 공개하더니 "자의적, 뻔뻔" 폭발한 변호사 랭크뉴스 2025.03.17
45039 휘성 유족, 조의금 전액 기부…"기억해 주신 분들께 감사" 랭크뉴스 2025.03.17
45038 저신용 자영업자에 4%대 마통 지원···서울 ‘안심통장’ 시작 랭크뉴스 2025.03.17
45037 박찬대 "헌재, 오늘 중 윤석열 탄핵 선고기일 지정하길 촉구" 랭크뉴스 2025.03.17
45036 경찰 "이철규 아들 대마 제공 혐의 1명 검거…불구속 수사" 랭크뉴스 2025.03.17
45035 美민감국가 지정 배경 아직도 오리무중…정부 대응 한계 우려 랭크뉴스 2025.03.17
45034 일본 이시바 내각 지지율 최저 기록···‘상품권 스캔들’ 영향 랭크뉴스 2025.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