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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후보자 제이미슨 그리어. AFP=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레거시(범용) 반도체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추가 규제를 검토 중이다. 동맹국에도 이 조치에 협조하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웹사이트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위치한 미국 국제 무역위원회 본부에선 ‘반도체 산업 지배를 위한 중국의 정책·관행에 관한 조사’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USTR은 불공정 거래 조사를 위한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행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레거시칩도 美 위협”
반도체 등 첨단기술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공청회엔 공화당 소속으로 하원에서 미·중 전략경쟁 특별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존 물레나르 위원장이 참석했다. 그는 “중국에서 제조돼 미국에 수입되는 최종 제품에 포함됨 모든 칩에 특정 관세가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통상 첨단 미세공정의 관문으로 여기는 14나노미터(㎚ㆍ10억분의 1m)를 기준으로 나노 숫자가 작아질수록 첨단 반도체, 숫자가 커질수록 범용 반도체로 본다. 물레나르 위원장은 첨단이냐 레거시냐 기준에 따라 제재할 게 아니라, 반도체가 탑재된 제품 전반에 관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간재인 반도체는 소비자용 제품에 부품 형태로 수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주장은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역시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인식에서 나왔다. USTR은 “미국 제품에 탑재된 반도체의 3분의 2는 중국산”이라며 “새롭게 발표된 반도체 팹을 기준으로 중국의 점유율은 2029년까지 전 세계의 절반에 도달할 것이며 전력 칩을 비롯해 다른 유형의 반도체 생산에서도 선두를 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서 반시장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공급망과 경제안보를 훼손한다”고 진단했다.

USTR은 지난해 12월 23일부터 통상무역법 301조(수퍼 301조)를 근거로 중국 레거시 칩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 외국 정부에서 차별적인 관행이 있다고 판단되면 미국 대통령이 보복 조치 등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 법률로, 미국 대통령들은 무역 불균형이 심한 국가를 상대로 이 법률을 발동하곤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한 것도 이 법에 따른 조사를 토대로 했다.

현재 USTR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반시장적인 정치적 지침, 노동 관행, 차별, 정부 지원금, 국가의 기업 통제, 강제 기술 이전 등에 대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중국산 반도체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했는데,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한 트럼프 행정부에서 세탁기부터 자동차까지 더 많은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반도체 업계도 촉각
USTR은 반도체 공급망 보안을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 매우 중요하다 강조하고 있다. 물레나르 위원장 역시 “미국이 일본·한국·EU·대만과 같은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라며 “중국이 보조금을 받아 제조한 반도체를 세계 시장에 덤핑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국에도 비슷한 규정을 지켜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시안과 우시에 각각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난감한 상황이다. 미국 상무부는 2022년 10월부터 중국 내에서 14㎚ 이하 D램과 128단 이상 낸드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미국산 반도체 장비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자격을 부여받아 중국 내 공장 설비를 제한적으로 업그레이드해 왔다. 만약 미국이 ‘안보상 우려’를 이유로 예외조치를 연장해주지 않으면 중국 내 공장 성능 개선은 어려워질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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