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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면박 주는 모습, '온라인 밈'으로
40세·야심가·대통령의 투견 "닉슨과 닮아"
"교수들=적" 닉슨 발언 인용하며 DEI 공격
"흙수저 출신, DEI 정책 혜택 입었다" 지적
JD 밴스 미국 부통령. AFP 연합뉴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최근 전 세계의 온라인상에서 가장 미움 받는 빌런(Villain·악당)이다. 가장 인기 있는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파국을 맞으며 끝난 게 결정적이었다. 트럼프와 설전을 벌이던 젤렌스키에게 밴스는 "
당신은 한 번이라도 고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느냐
"고 윽박질렀다. 타국 정상에게 대놓고 면박을 준 것이다.

백악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 계정에는 밴스의 사진과 함께 해당 발언이 게시됐고, 이는
각종 합성 사진들이 생성
되는 기폭제가 됐다. 밴스의 얼굴을 아기처럼 보이도록 통통하게 편집한 사진,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껌을 씹다가 온몸이 블루베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심술쟁이 캐릭터처럼 얼굴을 보라색으로 칠한 사진 등 다양한 밈이 온라인에 퍼졌다. 밈을 만든 누리꾼은 "
트럼프에 대한 밴스의 복종을 비판하기 위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28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정상회담 도중 발언하고 있다. 회담이 파행으로 끝난 뒤 백악관 엑스(X) 계정에 게시된 사진으로, 당시 밴스 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했던 "당신은 한 번이라도 고맙다고 한 적이 있느냐"는 발언이 상단에 적혀 있다. 백악관 X 계정 캡처


온라인상에서 퍼지고 있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합성사진 중 하나. 지난달 28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발언하던 밴스 부통령의 얼굴을 부풀리고 보라색으로 칠하는 등 심술쟁이처럼 묘사하고 있다. 엑스(X) 캡처


'백악관 정상회담 파행' 사흘 뒤, 밴스는 또다시 '거친 입'을 드러냈다. 이달 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는 미국·우크라이나 간 광물 협정이 종전 후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위한 최적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다음 발언이었다. 밴스는
"30~40년 동안 전쟁을 치르지 않은 '몇몇 어중이떠중이 국가(Some Random Country)'의 2만 명 병력보다 훨씬 더 낫다
"고 했다. 러시아와의 전쟁 종식 후
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보내겠다고 밝힌 영국과 프랑스는 즉각 발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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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 부통령, 야심만만한 닉슨 연상케 해”

지난 1월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퍼레이드 행사 도중 JD 밴스(오른쪽 두 번째) 부통령이 부인 우샤 밴스(왼쪽 두 번째), 세 자녀와 함께 무대에 올라 청중 환호에 답하고 있다. 밴스는 2014년 인도 이민자의 딸이자 예일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인 우샤와 결혼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경솔하고 무모해 보이는 밴스의 공격적 언행은 벌써부터 미국 내에서 "지금까지의 부통령 스타일과 완전히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래 부통령은 대통령 유고 시 권한 승계 및 대행이 가장 큰 역할이다. 대통령이 건재하면 존재감이 희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밴스는 '조용한 부통령'이 결코 아니다. 미국 CNN방송은 "
밴스
는 (과거의 부통령들인) 딕 체니(재임 2001년 1월~2009년 1월)처럼
워싱턴의 그림자에서 일하는 마키아벨리언(목적을 위해 권모술수도 마다 않는 사람)도,
조지 H.W. 부시(1981년 1월~1989년)나 조 바이든(2009년 1월~2017년 1월) 같은
안전한 외교 정책의 대가도 아니다
"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
젊고 야심 많고 이념적이며, 기득권 지식인에게 불만이 있는 밴스는 리처드 닉슨(1953년 1월~1961년 1월 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고 분석했다.

40세 나이로 미국 부통령에 오른 밴스는 트럼프처럼 '미국 우선주의'의 신봉자다.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고, 유럽 극우 정당들에 힘을 실어 주는 행보를 보여 왔다. '베트남전 철수'로 기억되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도 40세 때인 1953년부터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행정부에서 8년간 부통령을 지내며 국제 외교 무대에서 존재감을 과시했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1972년 5월 8일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트남전쟁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다른 공통점도 많다. 밴스처럼 닉슨도 짧은 상원의원 시절을 보낸 뒤 부통령에 올랐으며, 당시 새로운 유형의 공화당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다. 밴스가 이른바 '워크(Woke·'깨어 있다'는 뜻으로,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하는 인물을 비판하는 데 쓰이는 보수층의 용어) 자유주의자'를 비난하는 데 주력한다면, 닉슨은 공산주의자를 적극 공격했다. '적'이 뚜렷하다는 뜻이다. 부통령 연구자인 조엘 골드스타인 미국 세인트루이스대 법대 명예교수는 미 NPR방송에 "부통령이 투견 역할을 하는 것은 종종 대통령을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계됐다"며 "닉슨도 아이젠하워의 부통령 시절 같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이점이 있다. 골드스타인 교수는 "
밴스는 대통령이 논쟁을 피하도록 하기 위해
설계된 역할을 맡는 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하는 수사법을 두 배로 강화하고 있다
"고 짚었다. CNN도 밴스에 대해 "트럼프의 가장 극단적인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사람'으로 구현한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NPR은 "트럼프 1기 정부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의 정책을 항상 지지했지만, 더 우호적인 방식으로 그 정책을 설명했다"며 "반대로 밴스는 대통령보다 더 비이성적이고 적대적인 논리를 제시한다"고 분석했다.

"교수들이 적" 닉슨 말 인용해 DEI 공격

지난 4일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두 번째) 대통령이 연설을 하는 도중, JD 밴스(맨 왼쪽) 부통령 겸 상원의장과 마이크 존슨(왼쪽 두 번째) 하원의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밴스는
"교수들이 적"이라는 닉슨의 발언을 인용
한 적이 있다. 1972년 북베트남 폭격을 며칠 앞두고 닉슨은 헨리 키신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언론은 적이고, 기성 체제도 적이며, 교수들도 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온 세상을 적으로 보고 경계했던 닉슨의 성향을 드러낸 언급으로 꼽힌다.

밴스는 정치 입문 시기인
2021년 냇콘(NatCon·국가보수주의) 회의에서 대학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비판하는 데 해당 문구를 썼다
. 냇콘 유튜브 계정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그는 "대학이 우리 사회의 지식을 통제하고, 진리와 거짓을 정의하며, 황당한 아이디어에 신뢰성을 부여하는 연구를 제공한다"고 비판했다. 또 "(보수주의) 운동의 지혜는 약 50년 전 닉슨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교수들이 적이다"라고 말해 청중으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그때 밴스는
'
젠더 디스포리아(성별 불쾌감)'와 관련, 대학이 근거 없이 주장한다고 비난
하기도 했다. 젠더 디스포리아는 자신의 신체적 성별이나 성 역할에 대한 불쾌감을 뜻한다. 출생으로 지정되는 성별 및 젠더가 성 정체성과 일치하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으로, 이러한 사람을 '트랜스젠더'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는 고 변희수 하사가 "어린 시절부터 젠더 디스포리아 상태를 겪었다"고 토로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개념이다.

한국보다 성 정체성을 폭넓게 받아들이는 편인 미국의 경우, 공문서에서도 남녀뿐만 아니라 주관적인 성 정체성을 반영하는 '젠더'를 기입할 수 있었다.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도 2016년 허용됐다. 그러나 밴스는 대선 유세 기간이던 지난해 11월 초 팟캐스트 방송에서 "백인 중산층 자녀가 하버드대나 예일대에 진학하는 방법은 성전환자가 되는 것"이라고 밝혀 물의를 빚는 등 줄기차게 DEI 정책을 공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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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스 장모는 'DEI 확대' 대학 학장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주의회 의사당 앞에서 LGBTQ 커뮤니티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DEI 정책의 후퇴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애틀랜타=EPA 연합뉴스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우는 초기 주요 성과 중 하나는 학계와 정부, 기업 등 사회 전반에서 DEI 정책이 대거 축소됐다는 사실이다. 미국 연방 교육부는 지난달 학교가 장학금이나 채용 결정을 할 때 인종을 고려하거나 캠퍼스 생활 측면에서 인종을 정책 요소로 포함할 경우, 연방 자금 지원을 축소하겠다고 경고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의 모교인
펜실베이니아대가 웹사이트에서 다양성·포용성 관련 언급 대부분을 삭제
했고 △
버지니아대 이사회가 DEI 사무소를 해산
했으며
△영화 배급사 파라마운트
도 지난달 인종·민족·성별·젠더 관련 채용 목표를 중단한 점 등을 들어
"DEI 정책이 철회되고 있다"
고 전하고 있다.

밴스는 '트럼프 포퓰리즘'을 계승할 차기 공화당 대선 주자로도 주목받고 있다. 물론 트럼프는 아직은 신중한 모습이다. 최근 "밴스를 당신의 후계자로 보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일단 "너무 이르다"고 답했다. 하지만 2029년 1월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마치는 트럼프는 이제 연임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후계자 이슈'는 집권 초부터 등장한 상황이다.

밴스가 넘어야 할 산도 없지는 않다. DEI 정책을 둘러싼 '내적 모순'이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미 CBS방송이 캘리포니아 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식스스 컬리지(Sixth College)의 라시미 칠루쿠리 학장을 조명
하면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인도 이민자인 칠루쿠리 학장은 밴스의 아내인 우샤 밴스의 모친이다.

'밴스의 장모님' 칠루쿠리 학장은 DEI 정책을 지지하는 인물
이다. 생물학 및 의학 분야와 관련한 인종·민족·젠더에 관한 시범 과정을 개발하고, 대학의 생물학 분야 다양성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신입생들에게 보낸 편지에선
DEI 원칙에 대한 학교의 '확고한 원칙'을 강조해 왔다.
이러한 그의 입장은 사위가 몸담은 행정부의 정책으로 위기를 맞게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식스스 컬리지의 라시미 칠루쿠리 학장. 식스스컬리지 유튜브 캡처


칠루쿠리 학장은 CBS 인터뷰에 직접 응하지 않았다. 밴스는 수세적 입장을 보였다. "나는 DEI를 좋아하지 않으며 우리 행정부가 그 분야에서 한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나는 장모를 사랑한다.
만약 장모님이 DEI에 대한 내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나는 아마 의견이 다른 가족 구성원에 대해 99%의 미국인처럼 '그냥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할 것
"이라고 밝힌 것이다. 밴스는 "대신 나는 장모님의 친절함, 그가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에게 놀라운 어머니이자 사랑스러운 할머니라는 사실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CBS 보도와 관련, "자신의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에 썼듯이 오하이오의 '흙수저 출신' 밴스도 최고 명문대인 예일대 로스쿨까지 입학하는 과정에서 DEI의 혜택을 받았을 것"이라는 댓글이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밴스 또한 미국의 주류 기득권 바깥에서 인재를 발굴하는 정책 덕분에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었다. 자신을 상류 사회로 이끌어 준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는 자기모순을 극복할 수 있느냐가 그의 숙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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