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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F 기준 91.7%, 캐나다 다음으로 높아…BIS 기준으론 3분기 세계 5위
"토허제 해제 등에 두달뒤 가계대출 급증 가능성"…기준금리 인하에 부담


대출 공화국…세계 2위 가계부채 비율, 끊임없이 통화정책 '발목'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2025.3.2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우리나라 가계의 빚(부채)은 경제 규모(국내총생산·GDP)를 고려할 때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 수준인 것으로 국제기관들의 조사에서 확인됐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상징되는 과도한 주택 투자 열기에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는 정책까지 더해져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이 계속 90%를 웃돌면서 경제 성장과 통화 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역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으로 2∼3개월 후 가계대출이 급증하면 한국은행이 경기 침체에도 기준금리를 낮추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계부채 비율 여전히 90% 웃돌아…캐나다 이어 2위
16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7%로, 세계 38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2위를 기록했다.

비율이 더 높은 국가는 캐나다(100.6%)가 유일했다.

한국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이래 2023년까지 100%를 웃돌면서 약 4년간 '세계 최대 가계부채 국가'의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 국민계정 통계 기준연도 개편 등으로 2023년 말 비율이 갑자기 93.6%로 크게 하향조정되면서 순위가 2위로 내려왔다.

지난해엔 2∼3분기 가계대출 급증세가 4분기에 진정되면서 비율이 91%대까지 낮아졌다.

가계부채비율은 지난해 1.9%포인트(p) 떨어졌는데 이는 38개국 중 네 번째로 큰 하락 폭이다.

다만 전체 신흥시장 평균(46.0%)이나 아시아 신흥시장 평균(57.4%)은 물론 세계 평균(60.3%)을 여전히 크게 웃돈다.



BIS 조사서 44개국 중 5위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 11일 발표한 최신 통계에서도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최상위권이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7%로, 세계 44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5위였다.

역시 신흥시장 평균(49.1%)이나 주요 20개국(G20) 평균(61.2%), 조사 국가 평균(61.9%)보다 월등히 높았다.

1위는 스위스(125.7%)였고, 호주(111.5%)·캐나다(100.1%)·네덜란드(94.2%)가 우리나라를 웃돌았다.

한국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3분기 말 99.2%로 정점에 이른 뒤 하락하는 추세지만, 국제 순위는 2023년 3분기 말 6위에서 같은 해 4분기 말(93.6%) 5위로 오히려 상승한 뒤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은 "가계부채 비율 80% 넘으면 성장까지 제약"
가계 빚이 수년간 국가 경제 규모의 90∼100%에 이르는 상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한은의 '가계신용 누증 리스크 분석과 정책 시사점' 연구에 따르면, GDP 대비 가계신용비율(3년 누적)이 1%p 오르면 4∼5년 시차를 두고 GDP 성장률(3년 누적)은 0.25∼0.28%p 떨어진다.

더구나 가계신용이 늘어나면 3∼5년 시차를 두고 '경기 침체'(연간 GDP 성장률 마이너스)가 발생할 가능성도 통계적으로 커졌다.

특히 가계신용 비율이 80%를 넘는 경우, 중장기뿐 아니라 단기 시계에서도 소비 위축 등으로 성장률이 하락하고 경기 침체 발생 확률은 더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어가면 경제 성장이나 금융안정을 제약할 수 있는 만큼, 이 비율을 90%를 거쳐 점진적으로 80%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작년 8월 가계부채·집값 불안에 기준금리 못 낮춰…실기론 빌미
가계부채 증가세가 안정되지 않으면 물가와 성장 등에 초점을 맞춰 통화정책을 펴기가 어려워진다.

지난해 8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역대 최장 기록인 13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할 당시에도 주요 배경은 치솟는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 등 금융 불안이었다.

정치권과 시장 등에서 2분기 역성장(-0.2%) 등으로 선제적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금통위는 금리까지 낮춰주면 집값과 가계부채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8월 금리인하 실기론에 이 총재와 한은은 당시 가계부채 위험이 경기 위험보다 더 컸다고 일관되게 설명한다.

금리 인상기에도 막대한 가계부채는 큰 짐이 된다.

물가 등이 빠르게 올라 기준금리를 올리고 싶어도, 가계 이자 부담 급증과 대출 부실 우려에 머뭇거리게 된다.



3월 가계대출 증가세 주춤…"정책은 가계대출 부추기면서 은행에 관리 주문"
올해도 가계대출과 집값 불안이 한은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1천672조원)은 1월보다 4조3천억원 증가했다. 지난 1월 10개월 만에 9천억원 줄었다가 한 달 만에 다시 늘었다.

기준·시장금리와 함께 대출금리가 떨어진 가운데 작년 말까지 가계대출을 조여온 은행권이 연초 각종 대출 규제를 풀었고, 이사 철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달 들어서는 그만큼 빠르게 늘지 않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3월 13일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737조868억원으로, 2월 말(736조7천519억원)보다 3천349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2월 증가 폭(3조931억원)의 약 10분의 1 수준이다.

이달 들어 13일까지 이들 은행에서 취급된 주택구입자금 용도의 신규 주택담보대출(1조9천268억원)도 영업일 수를 고려해 지난달 전체(7조4천878억원)와 비교하면 다소 증가 속도가 더뎌졌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서울 집값이 다시 오르고 거래도 늘어나면서 2개월 안팎의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서울과 경기 지역 주택시장에서 실제로 거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금리가 낮아진 가운데 공급 부족 불안 심리도 있고, 하반기 대출 규제 강화(스트레스 DSR 3단계) 전에 집을 사려는 수요도 많다. 따라서 가계대출이 감소세로 전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토허제 완화 이후 실제 계약을 앞둔 대출 상담이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두달 정도 뒤 잔금을 치를 시점에 가계대출이 뚜렷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토허제 완화나 지난해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두 달 연기를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정책 결정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책은 가계대출을 부추기면서, 은행에 가계대출 증가 억제를 동시에 주문하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우려대로 5월께부터 본격적으로 가계대출이 빠르게 불어나고 집값도 뛰면, 한은 금통위가 2분기나 3분기 추가로 기준금리를 낮추는 데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은도 최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금융 여건이 완화되는 가운데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 조치 완화, 서울 일부 지역의 토허제 해제 영향 등이 주택가격 상승 기대와 가계부채 증가세를 자극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 역시 "서울 일부 지역 토허제 해제 영향이 주변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아파트 거래가 늘면 한두 달 시차를 두고 가계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쳐왔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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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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